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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PC 교체에 2367억···3차 추경 '한국형 뉴딜'의 허점

중앙일보 2020.06.23 17:29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첫째)와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설훈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 셋째는 박광온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첫째)와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설훈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 셋째는 박광온 최고위원. [연합뉴스]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교육부의 ‘초ㆍ중등 온라인 교육인프라 구축’ 사업에는 정부 예산 2367억원이 편성돼 있다. 한국형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비대면산업을 육성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초ㆍ중ㆍ고 20만여 곳에 무선인터넷 기기를 설치하고 구형 컴퓨터(PC) 20여만대를 교체하는 사업을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공개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기존 물품을 단순 구매하는 것으로 비대면산업과 기술을 키우는 데 기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밖에도 3차 추경안에 들어간 한국형 뉴딜 사업 상당수가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거나 사업계획이 미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 사업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407억원이 책정된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 소관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사업은 2024년까지 녹색산업 선도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정부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해당 기업을 어떻게 뽑을지 기준이 없다. 정부는 당장 올해 하반기 20개사를 뽑아 기업당 1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까지 세워놨다. 예산정책처는 “기업지원 사업에서 지원대상의 범위는 정책의 핵심사항이자 재정 소요를 산출하는 기초요소”라며 “정부는 선정기준을 조속히 구체화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3차 추경에 담긴 한국판 뉴딜의 문제점. 그래픽=김경진 capkim@joongang.co.kr

3차 추경에 담긴 한국판 뉴딜의 문제점. 그래픽=김경진 capkim@joongang.co.kr

보건복지부의 디지털뉴딜 관련 사업으로 편성된 ‘호흡기 전담 클리닉 설치운영’ 사업은 500억원을 들여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에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 500곳을 설치하는 사업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 기관인 각 의원에 비영리 목적의 ‘클리닉’을 설치하려면 의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설득할 유인이 명기돼 있지 않아서다. 예산정책처는 “각 의원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해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도 별도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환경·문화 등의 빅데이터를 모아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가공·분석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디지털뉴딜 분야와 관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사업이다. 올해 본예산 454억원이 잡혀있었는데 3차 추경에서 405억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정작 빅데이터 활용도가 떨어져 세금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정책처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 건수는 교통 3건, 헬스케어 2건, 중소기업 14건에 불과하다”며 “유사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 여부를 사전조사해 신규 구축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차 추경 당·정 협의 당시부터 “이른바 ‘문재인 뉴딜’은 한국이 세계 표준이 될 기회가 될 것”(지난 1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며 ‘한국형 뉴딜 띄우기’에 나섰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형 뉴딜이 처음 언급된 이후 불과 43일 만에 3차 추경에 한국형 뉴딜 사업이 반영되면서 부실 논란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일부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이 미흡한 상황에서 예산이 편성돼 국회 심의 전에 이를 보완하거나 사업계획 수립부터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산업 성장이 목적이 아닌 단순히 정부 지출만을 위한 사업이 상당수”라며 “경제전반에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추경 편성 초기 한국형 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에 대해선 “이명박(MB) 정부 역점사업 ‘녹색성장’과 차별화해야 한다”(충청권 초선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분명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형’이라고 명명한 만큼 과거와는 차별화되고 국민도 체감할 만한 내용이 있어야 했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 알맹이가 빠진 격”이라고 비판했다. 관료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장기간 추진할 사업인 만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35조3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 경제가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향후 막대한 복지지출이 예정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등 민간부채의 국가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높아 총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정부부채) 수준에서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3조6000억원을 들여 55만개의 직접일자리를 정부가 제공하는 사업에 대해선 일자리의 질 면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예산정책처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에 직접일자리의 초과공급이 발생할 수 있고, 상당수는 일회성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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