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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부담 어쩌나" 고민하던 사이…유치원 '방학 실종' 현실화

중앙일보 2020.06.23 16:44
지난 1월 30일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건소 직원이 원아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건소 직원이 원아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원을 미뤄온 유치원들이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방학을 대폭 줄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교원단체와 국공립 유치원들은 수업일수를 줄여 방학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2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유치원 수업일수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상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는 180일이다. 교육부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10%(18일) 준 162일로 정했다. 유치원은 개원을 2달 이상 연기해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기 때문에 올해 여름·겨울방학은 각각 2주, 4주 내외로 예상된다.
 

교원단체 "2주로 준 여름방학, 완전히 사라질 수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이 정도의 방학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한다.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측은 "재개원은 지난달 말에 했지만, 지역 감염의 여파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면서 "지역에 따라 여름방학이 아예 사라진 곳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 교원단체에 따르면 수업 일수를 맞추기 위해 무더운 7~9월에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아이들이 등원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원아들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관계자는 "장염·독감 등 계절성 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혹서기나 혹한기 방학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은 수업일수를 더 줄이거나 개원 연기 기간을 수업일수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3월부터 개원이 2달여 미뤄졌지만, 그사이에 돌봄이 운영됐고 출석률이 50%를 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이 기간을 수업일수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방학 늘면 학부모 반발 우려"

지난달 27일 오전 부산의 한 유치원 교사가 원아들에게 급식시간에 지켜야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전 부산의 한 유치원 교사가 원아들에게 급식시간에 지켜야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달 7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검토를 지시했지만, 지금까지 교육부는 수업일수 감축 여부를 정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당초 162일의 수업일수를 채우는 게 어렵지 않다고 봤다. 지난 3월 개학 연기를 발표할 당시 교육부는 학교(190일)보다 수업일수가 적은 유치원은 수업일수를 채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코로나19 재유행 전망이 나오는 등 확산이 이어지면서 방학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졌지만, 교육부는 수업일수에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 당국이 고민하는 배경엔 학부모들의 보육 부담이 있다. 올해 초 개학·원 연기가 이어지면서 많은 학부모가 직장에서 연차를 소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학이 길어지면 보육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학부모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무직 임금·사립유치원 경영난 문제도 걸려있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세종 간 영상으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세종 간 영상으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리원, 방과후교육사 등 교육공무직 임금 지급과 사립 유치원 운영 문제도 쟁점이다. 수업일수 감축이 이뤄질 경우 사립 유치원은 원비를 받지 못하고, 일부 교육공무직은 급여를 받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지난 22일 교육부와 교원단체 면담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체험학습도 수업일수로 인정하는 등 대안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수업이나 체험학습 인정 등 대안을 마련해놨다"면서 "교원단체뿐 아니라 여러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유아의 특성을 고려하면 원격수업으로 유치원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교육부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교육부는 아이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 수업일수 감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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