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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여 복귀 희망 밝힌 강정호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중앙일보 2020.06.23 14:50
23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강정호. [연합뉴스]

23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강정호. [연합뉴스]

"제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음주운전 사고 이후 국내 복귀 계획을 세운 강정호(33)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복귀 의사는 강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5일 입국한 강정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84%)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이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강정호에게 '삼진 아웃제'가 적용됐고,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생겼고,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어려워진 강정호는 지난달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강정호는 상벌위에 출석하지는 않았고,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반성문을 스캔해 상벌위원회에 제출했다. 
 
2018년 9월 강화된 야구규약에는 '3회 이상 발생 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강정호처럼 음주운전을 3회 이상 저지른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이지만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KBO는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사과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강정호는 복귀 후 유소년과 음주 운전 피해자들에게 봉사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강정호의 1문1답.
 
-복귀 후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에서 받아준다면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고, 돕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 운전자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야구이니 비시즌동안 야구 관련 재능기부를 하겠다. 제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봉사하며 살겠다. 저에게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길 부탁드린다."
-KBO리그로 복귀하게 된 이유는.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정말 변화된 모습을 KBO리그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키움 구단과 합의는 어느 정도 논의됐나.
"김치현 단장과 한 번 통화를 했다. 내 심정을 얘기했다.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정말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 그 밖에는 얘기하지 않았다."
-야구를 못하는 게 두렵지 않았나.
"제가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은 야구를 잘 하는 게 아니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 유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복귀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나.
"많이 생각했다. 제가 생각해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됐다.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고, 가족들이나 팬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2016년에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당시만 해도 무지했고, 어리석었다. 야구만 바라봤었고, 야구를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회개를 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국에 있을 때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사과가 늦어진 점은 정말 죄송하다. 상벌위가 늦어진 것도 있고, 코로나19로 늦어지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다. 구단에서 추가 징계를 내리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어린이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보기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록 저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에게 얼마만큼 힘이 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서 큰 무대에 나갈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못하게 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일할 생각이다."
-팬들의 비난과 강경한 반응을 보인다면.
"많은 질타와 비난을 감수할 생각이다. 저는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더 많은 노력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프로 선수가 된 뒤 저도 모르게 나태해졌다. 자만했고, 거만했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사람이 되서, 아이들에게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다. 그걸 통해서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았다. 그동안 내 위주로 살았다. 앞으로는 가족들이나 주위를 배려하면서 보답하고 싶다."
-키움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예전 정을 봐서 받아달라고 하진 않겠다. 키움에 가서 젊은 선수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키움이 좋은 팀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싶다."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경기를 뛰지 않아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한이처럼 은퇴한 사례도 있다.
"형평성에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KBO리그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어떤 기회가 될진 모르겠지만, 팬들에게 꼭 사죄를 드리고 싶다."
-음주운전 피해자와 유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제 자신이 떳떳하지 못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해주고 싶다. (사건 이후) 재능기부를 하러 가면 아이들이 좋아해준 모습에 더욱 미안했다.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것이 없다. 변하는 모습으로 메시지를 드리는 것도 괜찮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겠다는 건 욕심이 아닌가.
"제가 생각해도 이기적인 생각이다. 노력했는데도 이기적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 주변 분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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