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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따라 설치하자니 판문점 선언 걷어차는 셈…軍 확성기 딜레마

중앙일보 2020.06.23 14:40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 대비를 유지하고 있다.”
 

맞대응하면 '판문점 선언' 휴짓조각 우려
실제 대남 방송하면 맞대응 불가피 여론

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대남 확성기. [연합뉴스]

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대남 확성기. [연합뉴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인 22일 북한이 최전선 지역에 대남 비방 방송용 확성기를 2년 만에 다시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처럼 모호하게 답했다.
 
국방부가 이같은 입장을 PG(보도지침)을 통해 밝힌 경우는 대개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다. 밝히기 꺼릴 때 또는 입장이 없을 때다. 이번에는 후자 쪽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국방부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귀띔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도발할 경우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지만, 안정적 상황 관리를 고려하면서 하겠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현실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즉각적 조치’와 ‘안정적 상황 관리’를 동시에 언급했다. 이 대답에 국방부의 고민이 묻어난다.
 
군 내부에선 대북 확성기로 북한의 도발에 응수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확성기 철거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4ㆍ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적 실천 사항이다. 북한이 먼저 어겼다고 한국도 따라 한다면 4ㆍ27 판문점 선언은 휴짓조각이 된다. 국방부가 4ㆍ27 판문점 선언의 파기를 선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도발에 도발로 맞서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북한의 대남 확성기를 바라만 볼 수도 없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국을 상대로 거는 심리전 도발에 대해 국민 여론이 안 좋다”며 “특히 확성기 방송은 삐라와 함께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대적(對敵) 군사행동’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선 북한이 실제로 대남 비방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를 ‘레드라인’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자극하기 위해 확성기를 드러냈지만, 실제 방송을 안 한다면 상응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대응 방안을 국방부 혼자 결정하지 않고 국가안보회의(NSC) 안건으로 올려 청와대와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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