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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해고자도 노조 가입 허용’ 정부 재추진…국무회의 통과

중앙일보 2020.06.23 12:01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도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다.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규정을 위반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 중인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한 방어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는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3개 법안을 의결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3가지다. 20대 국회가 지난달 말 끝나며 자동 폐기된 법안을 정부가 국회에 재발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방역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방역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등 초기업 노조에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금도 실업ㆍ해고자가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단위 노조는 예외였다. 법이 개정되면 개별 기업 퇴직자와 해고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삭제한다. 대신 과도한 돈이 나가지 않도록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했다. 해고ㆍ퇴직자의 기업 출입, 시설 사용에 대해서도 노사가 합의한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교원노조법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도록 개정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논란과 연계되는 사안이다. 2013년 전교조는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교조는 합법 노조 자격을 다시 갖게 된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보면 노조 가입 범위를 6급 이하로 제한한 직급 기준이 사라진다. 고위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다만 지휘ㆍ감독자, 업무 총괄자 등 책임자급의 가입은 여전히 제한된다. 소방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관련 3개 법안 입법 예고에 대한 전교조 법외 노조 해고자 입장 발표 및 해고자 투쟁 알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관련 3개 법안 입법 예고에 대한 전교조 법외 노조 해고자 입장 발표 및 해고자 투쟁 알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경영계 반대로 논의 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던 법안이다. 하지만 180석을 점유한 거대 여당 체제인 21대 국회에선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는 ‘강력 반대’ 입장이다.
 
다만 개정법안엔 경영계 요구도 일부 반영됐다. 노조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이 2년에서 3년으로 1년 늘어났고, 사업장 내 생산시설이나 주요 업무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는 금지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노동계가 ‘개악’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국내 법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ILO 회원국이 다 허용하고 있는 조치라는 걸 내세우고 있다. 고용부는 노조 관련 3개 법안과 ILO 핵심 협약 비준안을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 정부가 노조 3법 개정을 급하게 재추진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 EU는 한ㆍEU FTA에 규정한 ILO 핵심 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 정부가 다 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한ㆍEU는 FTA 위반 여부를 가릴 전문가 패널을 구성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절차는 일시 중단 상태다. 
 
올초 유엔(UN) 경제ㆍ사회ㆍ문화 권리 국제규약위원회도 ILO 핵심 협약 비준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겨냥해 압박을 시작했다. EU와 국제기구 압박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서둘러 다시 법 개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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