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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제대출·30-50대출…연 3000% 불법사금융 '재난문자'로 경고

중앙일보 2020.06.23 12:00
등록금 낼 돈이 부족했던 대학생 A씨는 우연히 ‘휴대폰 개통 시 즉시 100만원 지급’이라 적힌 명함형 광고를 봤다. 연락하니 “최신형 휴대폰을 개통해서 유심칩과 함께 가져오면 현금을 주겠다”고 하기에 그대로 하고 100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의 ‘내구제대출’이다. 이후 휴대폰 요금이 월 8만원씩 A씨에 청구됐다. 24개월 동안 총 192만원을 갚아야 하니, 사실상 연 46% 고금리로 빌린 셈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국제전화요금이 월 50만원 넘게 청구되더니, 휴대폰이 범죄에 사용됐다며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불법사금융이 갈수록 진화하며 극성이다. 이를 잡기 위해 정부가 연말까지 대대적인 단속과 대국민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처벌 강화와 이자수취 제한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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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신고 70% 급증

23일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이러한 내용의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서민 상대 불법사금융 시도가 늘고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올해 4, 5월 하루 평균 34건으로 지난해(평균 20건)와 비교해 70%나 늘었다.  
 
수법도 다양하다. 휴대폰을 개통시켜 할인매입한 뒤 대포폰으로 쓰는 ‘내구제대출’, 상품권 소액결제를 유도한 뒤 이를 온라인으로 할인매입하는 ‘상품권깡’이 성행한다. 또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갚게 하는 것을 반복하는 ‘30-50 대출’도 많이 쓰는 수법이다. 30-50대출의 금리를 따져보면 일주일 이자율이 67%, 연환산 이자율로는 3000%가 넘는다. 청소년을 겨냥해 ‘아이돌 콘서트티켓 비용 10만원을 입금해줄 테니 3일 뒤 11만원을 갚으라’는 식의 ‘대리입금’ 광고글도 최근 늘고 있다. 사흘 이자율 10%, 연환산으로는 1000%가 훌쩍 넘는다.
 

연말까지 ‘일제 단속’

이명순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왼쪽 두 번째)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순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왼쪽 두 번째)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관계부처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속경보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난문자처럼 불법사금융 신종수법을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자를 발송키로 했다. 또 종전엔 온라인 불법 광고를 적발해도 차단에 2개월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2주 이내에 긴급히 차단키로 했다.
 
6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일제 집중단속’에 나선다. 경찰 지능범죄수사대(688명)와 광역수사대(624명)가 투입되고 지자체에서도 대부업 특사경 전원을 투입한다. 불법대부광고 전단지를 수거해 미스터리쇼핑을 통한 수사도 추진한다.
 

미등록 대부업체 수취이자율 24→6%

제도도 보완한다. 현 대부업법은 불법사금융이라고 해도 법정최고금리인 연 24%까지는 받을 수 있게 돼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인정하는 이자율을 24%가 아닌 6%로 낮추기로 했다. 6%는 상법이 정한 상사법정이자율이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심정적으로는 불법사금융은 이자를 아예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체계 연관성, 과잉금지 원칙을 고려해 관계부처 간 논의 끝에 6%로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없는 구두 대출 또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불법대출의 경우 대출약정을 무효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연체이자까지 대출원금에 포함해 재대출해주는 것도 법개정을 통해 무효화한다. 현재는 100만원을 20% 이자율로 빌려 갚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포함해 120만원을 대출한 뒤, 여기에 또 20%의 이자율을 물렸다. 이는 사실상 최고금리(24%)나 연체가산금리(3%포인트) 규제를 무색하게 만든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초 원금 100만원에만 이자율을 인정하도록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불법사금융 법정형 수위도 높인다. 현재는 법에 따라 벌금형이 최고 3000만~5000만원이지만, 불법사금융이 민생침해 악성범죄임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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