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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방적인 '인도 구타'?···그날 밤 갈완계곡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20.06.23 10:32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했지만, 중국군 사망자 수는 아직도 모른다. 중국이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사망자가 거의 없고 싸움도 쌍방 난투극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인 '인도 구타'가 아니었나 하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군이 주장한 사태 전말
양측 서로 돌을 던지며 싸우던 중
쇠파이프로 무장한 중국군 돌격
달아나던 인도군 낭떠러지서 추락도
"난투극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 구타"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는 22일 교전 수칙을 바꿔 총기 사용을 허가했다. 과거엔 총기 사용을 금했으나 이젠 화기 사용이 가능해 자칫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는 22일 교전 수칙을 바꿔 총기 사용을 허가했다. 과거엔 총기 사용을 금했으나 이젠 화기 사용이 가능해 자칫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 [중국 환구망 캡처]

 
22일 중국 베이징의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와의 국경 충돌에서 중국군의 사망자는 얼마나 되나”란 질문이 또 나왔다. 국경 충돌은 15일 밤 있었지만, 중국군 사망자를 묻는 말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인 쌍방이 군사와 외교 채널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있어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제까지 중국 측 사망자나 부상자 수를 밝힌 적이 없다.
 
지난 20일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인도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포스터를 발로 밟으며 인도의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일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인도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포스터를 발로 밟으며 인도의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西部戰區) 대변인이 “쌍방의 격렬한 충돌로 사망자가 나왔다”고 말했지만, 사망자가 중국과 인도 어디에서 나왔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국 언론은 중국군 5명 사망, 미국 언론에선 해방군 35명 사망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으나 확인된 건 없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중국도 사상자가 있다"면서 “중국이 사망자 수를 공표하지 않는 건 ‘선의(善意)’에서다”라고 주장했다.
 
인도가 지난 15일 밤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뒤 국경 지역에 전투 장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인 전쟁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인도가 지난 15일 밤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뒤 국경 지역에 전투 장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인 전쟁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이 사망자 수를 인도와 비교하는 건 양국 국민의 감정만 자극할 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데 22일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인디아 투데이’ 등 인도 언론을 종합해 보도한 중·인 충돌의 상세한 과정을 보면 중국군 피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중국군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인도군 한 장교의 충돌 당시 설명이다. 사건 당일인 15일 인도군 장교 바부는 대치 중이던 라다크 갈완 계곡의 중국 군대가 철수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병력을 이끌고 충돌 현장을 찾았다.
 
중국군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숨진 한 인도군의 아들이 지난 18일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군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숨진 한 인도군의 아들이 지난 18일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오후 5시에 출발해 저녁 6시 30분께 도착했다. 현장엔 중국군 천막은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인도군은 중국군이 철수하면서 남겨둔 것이라고 보고 그곳에 인도의 표지를 설치하려 다가섰다.
 
한데 천막 가까이 다가서자 몇 명의 중국군이 있었다. 이들을 내쫓으려 하자 반항해 몸싸움이 생겼다. 바부 장교는 사병들에게 천막을 치우든가 불태워버리라고 지시했다.
  
지난 15일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군이 충돌 지역인 라다크에 대한 병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라다크로 향하는 인도군.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20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군이 충돌 지역인 라다크에 대한 병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라다크로 향하는 인도군.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두 명의 중국군이 어디론가 달려갔고 남은 두 명은 철수를 거부해 붙잡았다. 얼마 후 중국의 증원 부대가 도착했다. 이들은 쇠파이프와 삽 등을 들고선 인도군에 붙잡힌 두 명을 풀어주고 현장에서 떠나라고 요구했다.
 
인도군은 중국군을 풀어주긴 했는데 현장을 떠나지는 않았다. 이미 서로 돌을 던지는 투석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데 중국군이 갑자기 인도군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중국군은 잘 조직되고 이미 짜여진 계획이 있는 듯 바부 등 인도군 장교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지난 15일 밤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 계속에서 발생한 중국과 인도의 충돌 때 중국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못이 수십 개 박힌 쇠몽둥이. [트위터 캡처]

지난 15일 밤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 계속에서 발생한 중국과 인도의 충돌 때 중국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못이 수십 개 박힌 쇠몽둥이. [트위터 캡처]

 
중국군의 갑작스러운 쇠파이프 공격에 많은 중상자가 생겼다. 일각에선 중국군이 휘두른 게 못이 박힌 쇠파이프라고 말하고 있다. 바부가 중상을 입자 인도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길은 강을 따라 이어졌는데 강변이 바로 낭떠러지였다.
 
인도군 약 100여 명이 한꺼번에 중국군의 구타를 피해 깜깜한 밤중에 달아나다 보니 적지 않은 사람이 강으로 떨어졌다. 이들이 나중에 밝혀진 17명의 사망자로 보인다. 한데 중국군은 계속 추격하며 인도군을 구타했고 일부는 포로로 붙잡아갔다.
 
인도군 병사들이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 ’이 곳은 인도의 영토이니 중국군은 돌아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인도군 병사들이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 ’이 곳은 인도의 영토이니 중국군은 돌아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인도군은 16일 새벽 4시가 돼서야 부대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미 엄청난 사상자를 낸 다음이었다. 인도의 상급 장교가 중국군 사상자 수를 물었는데 부대로 복귀한 인도군은 깜깜한 밤에 공격을 받은 터라 경황이 없어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또 중국군 숫자가 얼마나 됐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사망한 바부는 현장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돼 현지 사정을 잘 몰랐고 특히 중국이 이렇게 난폭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선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엔 시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얼굴에 쓴 한 인도인이 목줄을 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EPA=연합뉴스]

인도에선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엔 시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얼굴에 쓴 한 인도인이 목줄을 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EPA=연합뉴스]

 
인도 언론이 전한 이 장교의 진술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쇠파이프와 삽 등으로 무장한 중국군에 인도군이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둬웨이의 보도다. 둬웨이는 또 중국군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다는 말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인도가 연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중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22일엔 교전 수칙을 고쳐 총기 사용을 허가할 정도로 흥분해 있는 데 반해 중국이 자제 운운하며 냉정함을 유지하는 배경엔 이 같은 상황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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