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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사책임자 한라그룹 회장, LG·삼성 출신 영입하고 신사업에 사활

중앙일보 2020.06.23 07:00
정몽원 회장은 그룹 최고인사책임자를 맡아 '제2의 도약'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몽원 회장은 그룹 최고인사책임자를 맡아 '제2의 도약'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한라그룹 인사 명단에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그룹 총수인 정몽원(65) 회장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그가 맡은 직함은 최고인사책임자(CHRO). 그룹 회장이 인사 총괄을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점에서 재계에선 배경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로부터 6개월. 한라그룹은 그룹의 양대 축인 ㈜한라와 ㈜만도에 각각 ‘WG캠퍼스’라는 신사업 연구·개발(R&D)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눈에 띄는 건 두 조직의 수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출신이란 점이다. 옛 현대그룹의 방계(傍系) 기업인 한라그룹이 위기 극복을 위해 탈(脫) 현대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부 출신 수혈해 미래 모색

한라그룹은 22일 ㈜한라 WG캠퍼스 본부장(상무)으로 삼성전자 출신 우경호(44) 박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WG캠퍼스는 그룹 창업주인 고(故) 운곡 정인영 회장의 호에서 따왔다. “창업회장의 프런티어(개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우경호 ㈜한라 WG캠퍼스 본부장은 삼성전자에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을 맡았던 기술 전문가다. 사진 한라

우경호 ㈜한라 WG캠퍼스 본부장은 삼성전자에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을 맡았던 기술 전문가다. 사진 한라

우 본부장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전기공학)·하버드대(응용수학) 석사를 거쳐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연구로 하버드대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 담당을 거쳤다.
 
건설이 주력인 ㈜한라에서 우 본부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전환 등 융·복합 신규사업 추진을 맡을 예정이다. 우 본부장은 “초연결·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라의 건축 노하우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해 ‘뉴 비즈니스’를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라그룹은 지난해 11월에는 ㈜만도 WG캠퍼스 본부장(부사장)으로 LG전자 출신의 오창훈(52) 박사를 영입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오 본부장은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반도체 광학소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필립스 북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LG전자 B2B 솔루션 신사업을 담당했다. 
오창훈 ㈜만도 WG캠퍼스 본부장은 LG전자의 B2B 신사업을 맡았던 ICT 전문가다. 사진 만도

오창훈 ㈜만도 WG캠퍼스 본부장은 LG전자의 B2B 신사업을 맡았던 ICT 전문가다. 사진 만도

제2의 도약 꿈꾸는 정몽원 회장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은 62년 한라그룹 전신인 현대양행을 설립했다. 80년 전두환 정권에 회사를 뺏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만도기계를 중심으로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정 회장이 ‘재계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이란 별명을 얻은 배경이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룹 주력인 만도기계를 매각하는 등 다시 위기를 겪는다. 범 현대가(家)의 도움으로 그룹을 다시 재건했지만, 정 회장은 모기업인 만도기계 재인수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차남 정몽원 회장은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만도를 중심으로 그룹을 안정시켰다. 2018년엔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를 50%까지 낮추며 제동·조향장치 분야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로 키웠다.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회장. 부침을 겪으면서도 그룹을 재건해 '재계의 부도옹'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 한라그룹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회장. 부침을 겪으면서도 그룹을 재건해 '재계의 부도옹'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 한라그룹

정 회장이 그룹 ‘제2의 도약’을 주도하는 건 미래 차 변혁에 따라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외부 출신 인사 영입과 젊은 경영진 임명 등 조직 문화 변신을 주문해 왔다”고 말했다.
 

탈(脫) 현대, 성공할까

가장 큰 숙제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더 낮추는 것이다. 1분기 건설부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주력인 자동차부품 부문은 지난해 실적의 반토막이 났다.
 
오창훈 본부장이 이끄는 ㈜만도 WG캠퍼스는 지난달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Goalie)’를 개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기업에서 모빌리티시대 기술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성과다.
경기 시흥 배곶신도시 생태공원을 순찰중인 자율주행 로봇 골리. 사진 만도

경기 시흥 배곶신도시 생태공원을 순찰중인 자율주행 로봇 골리. 사진 만도

㈜만도 WG캠퍼스 내 EV랩에선 전기차·수소전기차 관련 부품을 개발 중이다. 뉴비즈니스팀은 ‘동남아의 우버’ 고젝과 국내 레이더 개발 스타트업인 비트센싱 등에 전략적 투자를 하기도 했다. 오창훈 본부장은 “단순한 자동차 부품 기업을 넘어 로보틱스와 ICT 등 미래 기술기업으로 변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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