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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시판' 된 모빌리티, 마지막 카풀은 '규제샌박 승부수'

중앙일보 2020.06.23 06:00
2018년 12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열었다. 변선구 기자

2018년 12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열었다. 변선구 기자

 
택시만 남은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풀’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타다(베이직)’에 이어 한때 100만명이 쓰던 카풀서비스 ‘풀러스’까지 줄줄이 사업을 접은 가운데 카풀 스타트업 '위모빌리티'가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한시적으로라도 카풀 사업모델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이다. 정부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위모빌리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출·퇴근 준법운행 및 안전운행 검증 카풀 중개 서비스 위풀’에 대한 ICT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없을 때 임시 허용을 요청하는 제도다.  
 
박현(42) 위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개정된 현행 법은 플랫폼 안에 택시 유형만 허용하고 있어, 차를 사거나 빌릴 여력이 없는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절벽으로 떠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플랫폼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겐 택시 면허 확보 비용 등을 감면해준다고 하지만 박 대표는 "그래도 절벽"이라고 했다. 차를 사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선 스타트업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카풀 법조항이 생긴 취지는 '교통 혼잡 완화'인 만큼, 차를 사거나 빌리지 않고 이미 차를 소유한 개인 간(P2P) 차량 공유를 중개하는 ‘카풀’을 키워 모빌리티 혁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는 현재 카풀 스타트업이 줄줄이 사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박민제 기자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는 현재 카풀 스타트업이 줄줄이 사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박민제 기자

 

"출퇴근 4시간 카풀, 비현실적"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 자동차로 돈을 받고 운송행위를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예외가 있긴 하다. 출퇴근 때다. 이 틈새를 노리고 스타트업들이 도전했었다. 풀러스도,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인수한 럭시도 그랬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반대했다. 출퇴근 때뿐 아니라 종일 전업으로 카풀을 하는 운전자가 나올 것이라는 이유다. 특히 카모가 2018년 하반기에 카풀 출시에 나서자 택시업계의 반발은 극렬해졌다. 
결국 지난해 3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출퇴근 카풀 가능 시간대를 오전 7~9시, 오후 6~8시까지로 한정한 ‘사회적 대타협’에 합의했다. 
 
타협안 공개 직후 위모빌리티를 비롯한 풀러스·위츠모빌리티 등 카풀 스타트업 3개사는 반대 성명을 냈다. 직장인, 특히 서울 인근 도시에서 장거리 출퇴근하는 이들이 2시간에 맞춰 출퇴근 카풀을 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사업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탑승하차 시간이 모두 해당 시간에 포함돼야 하는지 아닌지도 불분명해 처벌받을 우려도 컸다. 하지만 타협안은 지난해 8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에 반영됐다. 당시 카풀 서비스 ‘어디고’를 운영했던 위츠모빌리티는 바로 문을 닫았고 풀러스는 최근에 중단했다.
 
박현 대표는 “개정 법에는 국내 통근시간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비현실적으로 짧다"며 "카풀 허용시간이 갓 지난 8시1분에 카풀에서 하차하면 불법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카풀 참여자를 모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업모델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모빌리티는 타협안을 고민했다. 택시업계가 우려하는 출퇴근 외 전업운전자 출현을 막기 위해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이를 검증하고 대신 카풀 허용시간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박 대표는 “택시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고 소비자에게는 카풀이라는 선택지를 추가해 주면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차를 이용해 서울과 경기지역을 오가는 장거리 출퇴근자가 하루 100만명 이상인데 이 중 86%가 나 홀로 차량”이라며 “130만명가량인 대중교통 이용 통근자를 이들과 매칭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출퇴근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위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으나 카풀 서비스가 사실상 막히자 지난달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사진 위모빌리티]

위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으나 카풀 서비스가 사실상 막히자 지난달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사진 위모빌리티]

 

"택시 요구 반영한 카풀, 이제 허용해달라"

이를 위해 위모빌리티는 실제 출퇴근용 카풀인지를 검증후 카풀 이용자를 매칭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택시의 1회 평균 이동 거리(5.4㎞)보다 긴 10㎞ 이상 장거리 이동일 경우, 기존 출퇴근 경로와 카풀 이용자 경로가 70% 이상 일치할 경우에만 카풀을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유상운송 논란을 없애기 위해 요금은 운송원가의 50~75%만 받는다. 10㎞ 기준 약 3500원이다. 이 같은 조건으로 출근은 오전 5~10시 퇴근은 오후 6~11시까지 허용시간을 늘려달라는 게 규제샌드박스 신청 요지다. 카풀 허용 시간이 하루 총 4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어난다. 대상 지역은 서울·경기, 부산·울산으로 했다. 
 
박 대표는 “허용시간을 늘려도 요금이 운행원가 이하로 낮기 때문에 이 돈을 벌자고 전업 운전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택시가 요구하는 방향대로 수정한 만큼, 카풀에 재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다. 카풀 운전자가 범죄경력자료를 자발적으로 조회해 플랫폼에 제출하는 방식을 허용해달라는 내용도 규제샌드박스로 신청했다.  
 
박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 말 인수한 카풀 스타트업(럭시)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를 거쳐 위모빌리티를 창업했다. 2018년말 카카오모빌리티와 비슷한 시점에 카풀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다가 연기됐다.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에 지정될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표는 “지난해 카풀 시간제한 법안이 통과된 이후 23명이던 직원이 13명으로 줄었고, 현재 남은 직원들도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며 “카풀로 얻은 사용자 데이터로 모빌리티 및 핀테크 산업 데이터 고도화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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