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박두리 할머니, 간병인 쓸 돈 없어 나눔의집 나가야했다"

중앙일보 2020.06.23 06: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도운 ‘일본 내 양심 지식인’이 후원금 유용과 인권침해 의혹이 불거진 ‘나눔의 집’ 운영 관계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관부재판’ 도운 일본인 하나후사
“병원 세 곳 전전하다 14년 전 별세”

위안부·정신대 피해자 대일 소송인 ‘관부재판’을 지원해온 하나후사 에미코는 22일 ‘전후 책임을 묻는다ㆍ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이름으로 시민단체네트워크에 관련 글을 보냈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에미코는  “(나눔의 집 실무진의 내부 고발로) 운영 모체 조계종이 할머니들에 대한 막대한 성금을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의 복지사업으로 돌리고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한 금액은 전체 기부금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눔의 집 운영 관계자들은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할머니들에게 전달된 성금은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번 사태를 알린 나눔의 집 실무진을 향해선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나눔의 집 7명 실무자의 내부 고발에 놀랐고 그 용기에 감동했다”며 “그렇게 힘든 환경에서 자비로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랜 시간 동안 할머니들을 돌봐주신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관부재판 참여한 '박두리 할머니' 언급도 

관부재판 원고로 참여했던 위안부 피해자 박두리 할머니도 언급했다. 에미코는 “박두리 할머니는 1993년 나눔의 집에 입주해 2006년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2년이 떠오른다. 박두리 피해자의 당시 상태는 24시간 간호가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집에는 인적 여유가 없고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은 자비로 지불해야 해 금전적 여유가 없는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병원을 옮겨 다녀야 했던 박 할머니의 상황을 전하며 “할머니는 노인병원 침대에서 떨어져 대퇴골이 골절되어 다시 안양메트로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고 한동안 회복되는 듯했으나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됐다. 왜 나눔의 집에서 간병 체제를 만들지 못하는 것인지, 왜 세 번이나 열악한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번 고발로 운영의 모체 조계종의 방침이 근본 원인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에미코는 관부재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피해 할머니와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설립해 재판 당시 할머니들의 재판 비용 등을 지원하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집회를 여는 등 일본 사회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2006년 2월에는 박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해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관부 재판'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 한 장면. [사진 NEW]

'관부 재판'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 한 장면. [사진 NEW]

관부재판은 1992년 12월 25일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7명 등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제소한 사건이다.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일본 사법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았다. 2018년 개봉한 영화〈허스토리〉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룬 바 있지만 에미코는 영화가 “실화 바탕 영화라고 선전했지만 90년대 당시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원고들의 명예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며 항의 성명서를 보내기도 했다.
 

조계종 측 "관리 감독권 나눔의 집 이사회에" 

한편 나눔의 집 법인인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나눔의 집을 관리·감독할 권한은 조계종이 아닌 나눔의 집 이사회가 갖는다”라며 “조계종 산하 법인 3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이런 지점들을 하나하나 알고 직접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 이사회에 맡긴다”고 밝혔다. 
 
나눔의 집 후원금 유용 의혹은 지난달 19일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이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지난 20일 나눔의 집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한 경기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 일부가 부적절하게 사용됐고 법률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