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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함바왕 “고위검사 안다는 경찰간부에 6000만원 줬다”

중앙일보 2020.06.23 05:01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수사당국 관계자들에게 뇌물 6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형집행정지 받기 위해 뇌물 썼나

유씨는 지난해 8월 9일 사기죄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직후 형집행정지를 받을 목적으로 아들을 통해 서울 한 경찰서 소속 A경감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경감이 돈을 당시 고위 검사 B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유씨는 같은 해 가을 수감 중인 상태에서 추가로 3000만원을 공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형집행정지란 형의 집행이 인도적 차원에서 수형자에게 가혹하다고 판단될 때 검사 지휘에 따라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제도다. 유씨는 고령에 질병(녹내장 등)을 앓고 있다는 구실로 형집행정지를 받으려 했다.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임현동 기자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임현동 기자

 

B검사 자처 텔레그램 계정 존재

하지만 당시 형집행정지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고, 유씨는 A경감 등에게 독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월 21일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대화명 ‘○○○(B검사 실명) 차장’이 유씨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A경감 실명) 가족을 통해서 연락 드린다…담당 부장에게 수차례 이야기했다”는 내용이 있다. “내일 우리 인사가 있다…인사 마치고 내가 앞장서서 조치하겠다…미안하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실제 검찰 인사는 이틀 후인 1월 23일 단행됐고, B검사도 근무지를 옮겼다.
 

함바왕 측근들 “사기꾼한테 당했다”

유씨는 형집행정지를 받지 못한 끝에 지난달 17일 출소했다. 출소 1주일여 전인 8일 유씨의 아들과 측근인 박모씨가 나눈 전화통화 녹취에는 유씨 아들이 “아버지가 사기꾼한테 당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박씨는 “그걸 또 당했네, 돈만 쓰고”라고 했다. 경찰은 지목된 ‘사기꾼’이 누구인지, 뇌물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어느 선까지 건너갔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를 맡은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수사를 맡은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경감 “대답할 것 없다”, 검사 “내 이름 판 음모”

이와 관련해 유씨는 “아들을 통해 A경감에게 돈을 준 사실은 맞다”고 말했다. A경감은 “대답할 게 없고, 자세한 건 자제 분(유씨 아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유씨 아들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B검사는 “A경감은 모르는 사람이고 유씨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누군지 알 뿐 유씨 측과 개인적으로 교류한 적이 없다”며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사 이름을 팔고 다니는 세력이 꾸민 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경찰, 함바왕 총선개입 수사 확대

한편 인천 경찰은 유씨의 ‘총선 개입’ 의혹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당초 유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인천 동구·미추홀을) 직전 윤상현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안상수 미래통합당 후보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소하고 관련 보도가 나가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선거 결과 윤 후보가 당선했다. 유씨는 고소 대가로 윤 의원의 조모 보좌관으로부터 함바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은 조 보좌관뿐만 아니라 ‘윗선’으로 윤 의원이 개입한 게 아닌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사 결과 윤 의원은 지난해 여름 유씨를 처음 알게 됐고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의 녹내장 진료를 위해 윤 의원이 서울아산병원 대외협력실장에게 연락해 편의를 봐주도록 한 사실도 나타났다. 경찰은 조만간 윤 의원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조 보좌관을 통해 “유씨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찾아와 몇 번 만나고 선의를 베풀었을 뿐”이라며 “안상수 고소를 부추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유씨는 “윤 의원이 먼저 고소를 권했다”며 “뒤늦게나마 안 전 의원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총선 개입 수사 직전 수사기밀(내사 사실·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유씨 일당과 윤 의원 측에게 유출된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김민중·심석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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