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영교 "'전북판 구하라' 방치한 생모에 연금 주는 관성 막아야"

중앙일보 2020.06.23 05:00
서영교(왼쪽) 의원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와 함께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영교(왼쪽) 의원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와 함께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이는 태어나고 존재하는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하고 제대로 교육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부가) 정리해 줬다."
 

'구하라법' 재발의한 서영교 국회의원
"자녀 낳기만 하고 기르지 않은 부모,
상속받을 자격 없다는 게 국민 상식"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의원(서울 중랑구 갑)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이를 낳고 돈을 들여 지원해 주고 키워야 할 의무를 부모는 어떤 조건에서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방관이던 작은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가량을 타간 생모에 맞서 친부와 큰딸이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서다.
 
 앞서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순직한 소방관 딸의 친부인 A씨(63)가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제기한 두 딸에 대한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상대방(생모)은 두 딸의 어머니로서 청구인(전남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순직 소방관. [사진 소방관 언니]

순직 소방관. [사진 소방관 언니]

 서 의원은 이달 초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인 일명 '구하라법'을 본인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전날 순직 소방관의 친언니 C씨(37)와도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내가 전화하는 게 또 상처 주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고 두려웠다"며 "그런데 외려 '자신들처럼 말하지 못하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도와주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해 제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다음은 서 의원과의 일문일답.


-'구하라법'의 핵심적인 내용이 뭔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민법에는 피상속인을 살해한 자, 유언장을 위조한 자 등 5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세월호 사고 등을 보고 민법에 아이를 돌보지 않은 부모가 재산을 갖고 가는 것을 차단시키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서 의원은 2019년 11월 초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수 구하라씨는 같은 달 24일 세상을 떠났다.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는 서 의원이 만든 법을 기반으로 지난 3월 입법 청원을 했지만, 20대 처리는 불발됐다.)  
 
-이 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는.
"구하라씨는 20년, 전북판 구라하씨는 32년을 생모가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유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에도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그 상속 재산의 반이 민법에 의해 당연히 (생부나 생모에게) 가게 돼 있다. 이런 부모는 범죄로 처벌까지는 안 가더라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국민의 상식과 인간의 도리에 맞는 보편적 정의라고 본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 빈소. 뉴스1

가수 고(故) 구하라씨 빈소. 뉴스1

-무엇이 법안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인가.
"(상속) 결격 사유 다섯 가지도 피상속인이 유언을 한 이후 (피상속인을) 살해했을 수도 있고 그 뒤에 일어날 수 있는 사연이 많다. 그것은 당연히 여기는 반면 이것(구하라법)에 대해서는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보다 이 법으로 인해 생길 채권자 소송이나 양육을 어느 정도 해야 현저히 게을리한 거냐 등의 기준을 얘기한다. 아이를 양육하지 않았는데 부양의무가 어디까지냐를 따지는 건 말이 안 된다. 전북판 구하라씨 경우처럼 연금을 주는 곳에서 (큰딸이) '어릴 때 우리를 돌보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그냥 (생모에게) 돈을 보내는 관성부터 막는 것이 필요하다."(※A씨 소송은 수도권 한 소방서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던 작은딸(당시 32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순직이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법적 상속인'이자 친모인 B씨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B씨가 받은 유족급여 등은 A씨가 수령한 금액과 비슷한 약 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는다.)


-순직 소방관 친언니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나.
"제가 '힘든 얘기를 물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언니는) 외려 '물어주셔서 감사하다. 제 말이 글이 되고, 그 글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저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쪽(자녀)이 있으면 그쪽(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생모나 생부)이 요청하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그쪽은 당당하고 이쪽에서 요청하는 형태다. 그런 것을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구하라법'은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을 제한하고, 상대(부모)가 '이만큼 (양육에) 기여했다'고 요청해 (상속 재산 일부를) 갖고 가게끔 하는 법이다. 자녀가 아니라 부모가 요청하는 형태로 바뀌려면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가) 결격 사유가 돼야 한다."
 
지난해 1월 순직한 소방관(당시 32세·왼쪽)이 생전에 친언니(37)와 함께 찍은 모습. [사진 소방관 언니]

지난해 1월 순직한 소방관(당시 32세·왼쪽)이 생전에 친언니(37)와 함께 찍은 모습. [사진 소방관 언니]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