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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행각 뒤 출국하다 활주로에서 붙잡힌 러시아인들 '징역 5년'

중앙일보 2020.06.23 05:00
한국인 지인의 돈을 빼앗은 뒤 귀국하려다 활주로 위에서 붙잡힌 러시아인 2명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불법체류 사실을 출입국사무소에 자진 신고한 뒤 귀국 하루 전 강도 행각을 벌였다가 덜미가 잡혔다.
 

한국인 지인에게서 돈 빼앗고 화물차에 가둬
검찰, "계획적 범행"… 재판부 "일부만 인정"
재판부, 사과·반성 없는 피의자들 태도 지적

몸싸움 끝에 실신하자 금품 빼앗고 감금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광주지법 제12형사부(노재호 부장판사)는 특수강도 및 감금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 A씨(29)와 B씨(33)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2월 17일 오후 7시30분쯤 전남 완도군 C씨(65)의 집에서 현금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손발을 묶어 화물차에 가둔 뒤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범행을 저지른 날 러시아로 송금을 부탁하기 위해 C씨의 집을 찾았다. C씨와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C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송금 절차를 진행하던 중 두 사람과 시비가 붙었다.
 
C씨가 자신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C씨가 실신했다. 이들은 A씨가 정신을 잃자 테이프로 손발을 묶은 뒤 현금과 휴대전화를 훔쳤다.
 

공항 활주로에서 붙잡힌 범인들

 
A씨와 B씨는 범행 전 불법체류자로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자진 신고했고 이튿날 오후 1시30분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C씨가 경찰에 신고하면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그를 화물차에 강제로 태워 4㎞가량 떨어진 인근 축사로 이동했다. C씨가 반항하자 다시 폭행해 기절시키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화물차에 갇힌 C씨를 버려두고 달아났고 C씨는 이튿날 오전 7시쯤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협조를 받아 출발 10분 전 A씨 등의 탑승 사실을 확인하고 계류장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던 비행기를 긴급 회항시켜 두 사람을 붙잡았다.
 

검찰 "계획적 범행"…법원은 "우발적"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A씨와 B씨가 C씨의 돈을 빼앗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우발적으로 최초 폭행이 발생했고, 러시아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까지 갈 여비로 쓸 현금을 훔친 점 등 일부만을 혐의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러시아에서 교도관과 경찰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범죄 수사기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위치였다"면서 "피해자 집 현관에 신발을 벗어 둔 채 현장을 벗어났고 날이 밝으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축사 옆에 피해자를 가둔 차를 세워두고 도망쳤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면 범인을 특정하기에 용이한 신발과 피고인들의 인적사항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피해자를 방치해두고 허둥지둥 도망쳤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반성 없는 피의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심과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며 "피해자는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면 용서해 줄 의사도 있었지만,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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