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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돈 쓸 궁리, 돈 벌 궁리

중앙일보 2020.06.23 00:09 종합 28면 지면보기
서승욱 도쿄총국장

서승욱 도쿄총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한고비를 넘었다는 일본엔 지난 19일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도도부현(都道府県·광역단체)간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찾은 일본 최고의 관광지 교토(京都)에도 조금씩 활기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대표적 관광명소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와 아라시야마(嵐山)등엔 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입국규제는 여전하다. 썰물처럼 빠진 외국인 관광객들은 곧바로 돌아올 수 없다. 최근까지 교토는 ‘관광 공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2018년 교토에서 숙박한 외국인 관광객만 450만명이다. 외국인들이 시내버스를 접수하면서 주민들은 출근시간에 발만 동동 굴렀다. 대문 앞엔 쓰레기가 쌓였고, 가이드북을 보고 몰려든 외국인들로 동네 식당도 만원이었다. “돈도 좋지만 관광객때문에 못 살겠다”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관광 공해를 투덜댔던 일본은 이제 관광 인프라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도산이 이어지는 관광업계의 절규가 연일 보도되고, 일본 정부는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글로벌 아이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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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은 관광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아왔다. 2011년 622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아베 정권 7년을 거치며 지난해 3188만명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추경안에도 20조원에 가까운 관광·소비 촉진 사업비를 반영했다. “코로나가 잡히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또 있다. 지난 5일 2019년 인구통계가 발표되면서 비상이 걸린 저출산 문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1.36으로 또 하락했다. 연간 약 55조원을 쏟아 붓고도 저출산 흐름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일본 정부는 합계출산율 1.8을 목표로 내걸고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2014년까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다. 출산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2019년 합계출산율은 0.92다. 1이 안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이 관광인프라와 출산율에 올인하는 건 성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의 정치권에선 성장과 관련된 담론이 잘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파이를 키울지 보다 어떻게 나눠줄지를 말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돈을 펑펑 쓰고 싶다면 돈을 어떻게 벌지,어떻게 나라를 성장시킬지부터 궁리하는 게 상식일텐데 말이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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