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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피크 아이폰

중앙일보 2020.06.23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20세기 내내 인류가 지하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양은 계속 증가해왔지만, 화석연료는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결국 생산량은 어느 시점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때 석유 생산의 정점을 ‘피크 오일(peak oil)’이라 부른다. 특정 제품의 판매도 다르지 않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소비자 숫자가 무한하지 않다면, 그들을 상대로 하는 제품의 판매 역시 무한히 성장할 수는 없고, 감소는 필연적이다.
 
2007년에 첫선을 보인 아이폰은 2012년 즈음부터 애플 총매출의 절반을 넘기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은 아이폰이 애플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19년 즈음 ‘피크 아이폰(peak iPhone)’, 즉 아이폰의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전히 많이 팔리는 폰이고 애플의 주력상품이기는 해도 한 제품의 판매가 무한히 성장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고민하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의 피크 아이폰 대책은 뭘까?
 
기기의 다변화와 서비스 매출의 증대다. 아이폰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다른 기기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애플뮤직, TV 등 구독형 서비스로 매출을 다변화하는 것. 그 효과는 이미 나타나서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애플 기기의 총량은 꾸준히 증가 중이고, 서비스 매출도 지난 6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애플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 전략은 결국 애플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다른 테크 대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 먹잇감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바다를 찾다 보니 결국 다들 같은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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