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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때 3억 이하였다면 3억 넘어도 전세대출 규제 안한다

중앙일보 2020.06.23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은성수 금융위원장.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 [뉴스1]

집을 사는 시점에 3억원 이하였지만 향후 가격 상승으로 3억원을 초과한 경우는 강화된 전세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규제 시행일 전에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시행일 이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에도 대출을 즉시 회수하지 않는다. 다만 만기 연장은 제한한다.
 

금융위, 6·17 부동산대책 추가 설명
시행일 이후 3억 넘는 집 샀어도
전세대출 회수 않고 만기연장 제한
아파트만 대상…상속받은 건 제외

금융위원회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17 대책 전세대출 제한 관련 설명자료를 내놨다. 지난 17일 금융위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새로 사는 경우 전세대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전세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산다면 대출을 즉시 회수한다.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가 ‘실거주를 하지 않을 아파트를 전세대출을 활용해 사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규제의 목적이 실수요 제한이 아닌 갭투자 차단이라는 의미다.
 
금융위에 따르면 집을 살 때 3억원 이하였지만 향후 가격 상승으로 3억원을 초과한 경우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상속받은 경우도 ‘구입’한 것이 아닌 만큼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규제 시점은 시행일(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규정 개정 거쳐 7월 중순 예정) 기준, 대상은 아파트(빌라 등은 제외) 기준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시행일 전에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분양권이나 입주권 등)한 경우라면 전세대출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일 전에 전세대출을 이용하고 있는데 시행일 이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는 즉시 회수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대출의 만기 연장은 제한하는데 이는 만기 후에는 구매한 아파트에 실거주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행일 이후 전세대출을 받은 뒤 아파트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구입한 경우에도 대출을 즉시 회수하진 않는다. 구입 시점을 아파트 소유권 취득 시점(등기 이전 완료일)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등기가 끝나면 실제로 입주해야 한다.
 
6·17 부동산 주요 대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6·17 부동산 주요 대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선 데 이어 금융위가 추가 설명까지 냈지만, 집 살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은 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일 이전에 갭투자를 한 경우는 이번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갭투자는 제한하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3억원만 초과해도 갭투자를 전부 막겠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 타이밍을 노리던 30~40대 무주택자의 상실감이 상당한 이유다. 직장인 박종호(35)씨는 “겨우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산다고 투기로 보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실수요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규제의 예외는 지난해 12·16대책의 예외 조치와 같다. ①직장 이동,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요양·치료, 학교폭력 피해 등 실수요로 ②구입 아파트 소재 특별시·광역시를 벗어나 전세 주택을 얻는 경우로 ③구입아파트·전세주택 모두에서 세대원 실제 거주해야만 전세대출을 허용한다. ①~③ 모두 충족해야 한다. 사실상 지방으로 전근 발령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 정도만 예외 대상이다.
 
집을 사서 전세로 주고, 또 다른 전세를 얻어 이사하는 흔한 패턴을 활용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 집값을 고려할 때 이번 기준점(3억원 초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강남이나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다 이제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층까지 집값을 흔드는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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