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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비영리법인 투명성·책무성 강화 위해 ‘공익위원회’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

중앙일보 2020.06.23 00:04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이일하한국자선단체 협의회 이사장(사)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이사장

이일하한국자선단체 협의회 이사장(사)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이사장

비영리단체의 후원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고
이일하
한국자선단체 협의회 이사장
(사)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이사장

3년 전 ‘어금니 아빠’의 기부금 오용, 새희망 씨앗의 기부금 횡령 등 우리 사회에서 잊혀질 만하면 기부금 스캔들이 터진다.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언론에서 기부금 얘기만 나오면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그 불똥이 전체 비영리단체에 확산되어 우리 사회에 기부행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단체의 생명줄인 기부금이 줄어들어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과 책무성, 신뢰성은 단체를 존립하게 하는 근간이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촘촘한 법제도망, 외부감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 비영리단체의 자발적인 노력, 비영리단체를 감시견제하는 중간지원조직, 비영리법인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행정기관의 일원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책무성·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속세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연간 총 수입 50억원 이상 또는 연간 기부금이 20억원 이상인 비영리법인은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제도가 강화되었고, 머지않아 미국·영국처럼 비영리법인의 수입 3억원 이상인 단체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과연 외부회계감사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외부감사를 받은 단체가 언론이나 기부자로부터 투명성에 대한 불신을 받게 되고 외부감사보고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계법인은 이 부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서나 서류에 대해 전문가의 공증을 받게 되면, 시시비비가 붙지 않는다. 회계법인이나 회계사의 직인이나 날인이 된 외부감사 보고서는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보증하는 바로미터이다. 선진국처럼, 외부감사를 받은 단체는 정부와 언론, 기부자가 투명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국회기부문화선진화포럼과 공동으로 매년 미국, 영국의 비영리 전문가, 회계사, 정부 관계자를 초청하여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초청강사들에게 비영리 투명성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항상 같은 답변을 듣는다. “미국은 수입이 3억 이상인 모든 단체는 외부감사를 받고 있고 우리는 외부감사를 받은 비영리단체와 그 회계사를 믿는다”로 답변이 아주 간결하다. 그리고 ‘회계 부정이 있을 경우, 그 단체의 법인은 취소된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국세청 결산공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 등의 결산서류공시’에 따른 것이었다. 2009년 미국 세법상의 비영리단체 결산 서류 공시제도를 참고해 도입한 제도다. 한국은 비영리의 특성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양식으로 결산공시를 하고 있고 양식 작성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한국공인회계사협회와 공동으로 국세청 공시양식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1~2년마다 개정안을 수정하기보다는 다양한 비영리법인과 회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특성에 맞는 공시양식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익법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기구인 ‘공익위원회’의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영리법인을 등록·관리하는 정부의 기관 부처가 모두 다르다.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지자체 등 사업 목적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 그 결과 비영리법인의 설립 규정, 관리감독, 부동산, 주택 등 기부금 행정처리가 제각각이고 국내 비영리법인의 수나 활동 예산에 대한 통계도 거의 없다. 이제 우리도 비영리법인을 총괄하는 ‘공익위원회’ 또는 ‘자선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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