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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넥타이 맬 땐…” 230만명 감동시킨 랜선아빠

중앙일보 2020.06.23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아버지에게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 못한 넥타이 매는 법을 알려주는 ‘랜선 아빠’ 롭 케니. 그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넥타이 매는 법은 77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아버지에게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 못한 넥타이 매는 법을 알려주는 ‘랜선 아빠’ 롭 케니. 그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넥타이 매는 법은 77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인터넷상에서 ‘유튜브 아빠’로 인기를 끄는 50대 미국 남성이 있다. 채널 개설 두 달 만에 구독자는 230만 명. ‘아빠다운 아빠의 부재’가 빚어낸 시대적 현상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 50대 유튜버 롭 케니 열풍
14세 때 부모 이혼, 아픈 과거 경험
아빠에게 배워야 할 생활팁 소개
“그냥 눈물 난다” 여성 팬도 상당수

21일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 사는 유튜버 롭 케니(56)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4월 ‘아빠 이건 어떻게 해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아빠가 자녀들에게 하듯, 자상하게 알려준다. 이른바 ‘대드바이스’(Dad+advice)다.
 
20여개 동영상에는 선반 만드는 법·막힌 배관 수리법·면도법·자동차 수리법 등이 소개돼 있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튜브 아빠’에 열광한다. “다 큰 내가 이걸 보면서 훌쩍훌쩍 울고 있다”는 댓글도 올라온다.
 
케니는 “내가 동영상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했던 것, 그래서 아버지가 가르쳐주길 바랐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케니의 부모는 그가 어릴 적 이혼했다. 친권자인 아버지는 양육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케니는 “자식은 필요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14세, 여동생은 9세였다. 케니는 형 집에 얹혀살았다. 형은 케니를 잘 보살펴 주었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진 못했다. “내 자식에겐 이런 아픔이 없도록 하겠다고 그때 결심했다”고 말한다. 지금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큰딸의 권유로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게 됐다.
 
특히 면도법과 넥타이 매는 법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성 소수자(LGBT)들이 단 댓글도 많았다. 트랜스젠더인 한 구독자는 “우리 아버지는 내가 커밍아웃하고 나서 아버지 노릇을 그만두셨다”면서 “그래서 누구에게도 면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썼다.
 
여성 팬도 상당수다. 남성들이 가르치듯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이른바 ‘맨스플레인’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여성 미용사는 “남성 머리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알게 해준 좋은 영상”이라고, 최근 남편을 잃었다는 한 여성은 “아들들에게 면도법을 어떻게 알려주나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케니는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넥타이 매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며 갑작스러운 인기에 놀라워했다. “많은 사람이 아빠를 잃었거나, 아빠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아버지와의 강한 유대감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현실에선 채우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그가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동영상은 조회 수 99만회에 2만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NPR은 “부모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반응도 압도적”이라고 해석했다.
 
한 구독자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은 아시아인이라면 부모에게 평생 한 번 듣기를 소망하는 말”이라고 적었다.
 
케니는 NPR 인터뷰에서 “앞으로 구두 닦는 법, 악수하는 법 뿐 아니라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보는 법 같은 것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수리하고 고치는 것 이상의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선 자기와 같은 ‘랜선 아버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진짜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케니 자신도 아버지를 용서했고, 201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준히 만나며 관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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