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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윤석열 찍어내기 방관…‘정권의 검찰’ 원하는가

중앙일보 2020.06.23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했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6차 공정사회반부패협의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란히 참석했음에도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도 넘은 공세와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무리한 간섭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 총장과 검찰을 흔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드러나는 행태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지하며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검찰총장 겨냥 여권의 과도한 공격에 침묵
‘권력에 대한 엄정’ 주문한 지난해 기억해야

이 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 중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은 “(법무부와 검찰이) 인권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는 정도였다.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증언에 대한 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 양상을 염두에 두고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순응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 같은 대통령의 행보는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여권 정치인들의 그릇된 언행을 방관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윤 총장을 공격해 온 쪽에서는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자주, 강하게 등장할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같은 회의(5차)에서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어느 다른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드러냈다며 검찰 흔들기에 더욱 열을 올렸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을 임명하며 청와대·정부·여당에도 엄정하게 임하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명을 그대로 받들었다. 여권 정치인들이 윤 총장에게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된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은 대통령이 말한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런 게 검찰의 진정한 개혁이자 독립”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데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조직폭력배식의 의리관을 드러내며 윤 총장을 배신자라고 불러 왔다. 이 황당한 사태에 대통령은 침묵하거나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세력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의 말은 허언(虛言)이었고, 진짜 속마음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과거의 검찰을 원하는 것인가.
 
윤 총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에 빌붙지 않는 검찰’이다. 그들은 생각이 다를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의 뜻은 그렇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그때 국민은 진심으로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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