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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한국, 김정은 CVID 동의했다해” 정의용 “김, 비핵화 의지”

중앙일보 2020.06.23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볼턴. [AP=연합뉴스]

볼턴. [AP=연합뉴스]

워싱턴의 대표적인 강성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2018년 4월~2019년 9월 재직)의 회고록 파문이 서울로 번졌다. 볼턴의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은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이지만, 언론을 통해 내용이 공개됐다.
 

볼턴 vs 한국정부 주장 비교해보니

중앙일보가 확인한 회고록의 한반도 관련 부분에 따르면 볼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않게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회고록에는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Moon’이 총 153차례 등장한다. 그간 한국 정부의 설명과 볼턴의 주장을 비교했다.
 

김정은, 선비핵화 동의했나 

볼턴 “김 위원장 다 이해했다 들어”
정부 ‘완전 비핵화’ 공식 정의 안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5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4·27 판문점 회담 결과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에 동의하도록 우리가 김 위원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발언했다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트럼프와 빅딜을 해야 한다. 자세한 건 실무협상에서 논의해야 하겠지만, 비핵화 이후의 혜택은 비핵화가 완성된 이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김정은이 이 모든 것을 이해했다’라고도 했다”고 했다.
 
한국 측이 ‘미국이 의미하는 비핵화(CVID)’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정 실장은 이어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기 전에 상의하고 싶어 한다”고 했고, 볼턴은 이에 “완전히 동의한다”며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잡았다고 나온다. 그러나 1차 북·미 정상회담 다음 달인 2018년 7월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김영철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은 체제 보장이 선행돼야 하며, 검증은 비핵화 전이 아닌 이후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팩트체크=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나 시기를 북·미 사이에서 전달했는지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2018년 3~4월 대화 초반 정 실장은 평양에 특사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방미해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판문점선언(4·27)이나 싱가포르 선언(6·12)에도 모호하게 언급됐고, 이는 남·북·미 간 동상이몽 해석을 불러일으킨 결정적 대목으로 꼽힌다.
 

북 ‘영변 빅딜’ 제안 뒤엔 한국?

볼턴 “정의용, 매우 의미 있다 강조”
한국 정부 수차례 강조한 건 사실 
 
지난해 2월 27~28일 ‘하노이 노딜’ 이후 청와대의 상황 인식에 대해 볼턴은 비판적으로 묘사한다. 회고록에 따르면 정 실장은 볼턴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플랜B’ 없이 오직 한 가지 전략을 들고 온 것이 놀랍다”면서도 “미국 측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을 거부한 건 옳으나, 영변 핵 폐기는 북한이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드는 첫 단계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안을 거부하면서도 ‘영변 폐기’ 안을 받아들이는 건 ‘문 대통령의 조현병적 아이디어(schizophrenic idea)’라고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동시적·병행적 접근’을 받아들인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소리(nonsense)”라고 했다.
 
▶팩트체크=한국 정부가 하노이 회담 이전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유의미하게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8년 10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해체한다면, 이는 북핵 프로그램의 매우 큰 부분”이라며 “미국은 종전선언과 같은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6개 통신사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비핵화의 단계는 영변 폐기”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것이 북한이 하노이에 ‘영변 플랜’만 들고나오게 된 배경이 됐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만 종전선언 주장했나

볼턴 “한국, 1차 북미회담 직전 제안”
불발된 하노이선언에 유사한 내용 
 
볼턴은 지금까지 북·미 협상은 “한국 정부의 통일 의제를 관철하기 위한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식 듀엣 춤)”라고 깎아내리면서 그 증거로 종전선언 문제를 들었다. 볼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22일 정 실장이 종전선언을 제안해 왔다”며 “처음에는 이를 북한의 구상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문 대통령의 통일 의제를 지지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볼턴은 남북, 북·미 대화의 첫 단추였던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때부터 한국 정부의 진의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 북한 인사를 참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측 평창 참가 비용은 올림픽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고, 한국이 전액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다. 볼턴은 “한국 좌파가 숭배하는 햇볕정책은 북한에 잘해줘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지만 북한의 독재체제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적었다.
 
▶펙트체크=국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노이 회담에서 최종 서명은 불발됐지만 북·미 정상 선언문에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에 공을 들였던 것도 사실이다. 판문점선언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들어 있고,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문서상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북·미) 양국이 사실상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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