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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동선상 시연 없었다"…'닭갈비' 둘러싼 엇갈린 증언

중앙일보 2020.06.22 20:04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그 날 동선 상으로는 시연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증인신문으로 11월 9일의 여러 상황이 분명히 밝혀지기를 기대합니다”

 
22일 오후 김경수(53) 경남도지사가 서울고법에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며 한 말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이날 재판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의 동생 김모씨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 조모씨, 닭갈비집 사장 홍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씨와 조씨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산채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산채 사무실에 있었던 인물이다. 홍씨는 11월 9일 발행 된 닭갈비집 영수증을 추후 수사기관 요청에 의해 재발행해 준 사람이다.

 

김씨·조씨 "김 지사와 같이 식사 안했다"

김 지사측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을 증거로 내밀었다. 김 지사가 닭갈비를 김씨 등과 함께 먹어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를 보는 게 시간상 불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증인 김씨와 조씨는 김 지사 주장과 다른 주장을 했다. 김씨는 이날 공판에서 “11월 9일 김 지사가 오겠다고 한 시간보다 늦게 왔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가 늦게 온다고 해서 경공모 회원들끼리 식사했다”고 증언한 것과 일치하는 진술이다.  
 
1심에서 증언했던 조씨는 항소심 증언에서 말을 바꿨다. 조씨는 1심 때 "11월 9일의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에 "김 지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분명히 저녁 식사를 한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을 때도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조씨는 이날 “다시 생각해봤는데, 저녁을 먹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변호인이 되묻자 “(김 지사측이) 닭갈비를 먹었다고 하는데 닭갈비를 먹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조씨의 진술이 달라지자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졌다. 주심인 김민기 판사는 “증인은 변호인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피고인이 산채에 와서 닭갈비를 먹었다고 하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라고 진술했다”며 “닭갈비를 먹었는지 여부는 증인이 조사 받을 때나 1심에서는 안 나왔는데, 쟁점인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조씨는 “기사를 통해서 많이 봤고, 제가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 때 닭갈비 먹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재판장도 증인의 증언에 의문을 표했다. 재판장은 “1심과 2심 증언이 다르면 신빙성이 많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증인이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는 드문데 변호인을 선임했냐”고 물었다. 조씨가 바로 답을 하지 않자 재판장은 “증인 채택되니 변호인 선임서를 내지 않았느냐, 증인 변호사가 윤평(경공모 회원)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씨는 “맞다”면서도 “증인으로 출석할지 안할지를 논의했지 증언 내용에 대해서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닭갈비집 사장, “닭갈비는 포장해간 것”   

닉네임 드루킹을 사용하는 김 모 씨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진 파주시 출판단지 내 느릅나무출판사. [중앙포토]

닉네임 드루킹을 사용하는 김 모 씨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진 파주시 출판단지 내 느릅나무출판사. [중앙포토]

세 번째 증인으로 나온 닭갈비집 사장 홍씨는 "11월 9일 닭갈비를 포장해 갔다"는 증언을 했다. 홍씨가 재발행한 영수증에는 25번 테이블에서 정통닭갈비 15인분을 주문한 것으로 나온다. 변호인은 당시 수사보고서와 홍씨의 기억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당시 검찰 수사보고에는 영수증에 대해 “식당에서 4~5개 테이블에서 나눠 식사를 한 뒤 대표 테이블인 25번 테이블에서 15인분 결제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날 홍씨는 “자신은 이렇게 설명한 적이 없고, 영수증으로 보면 닭갈비는 포장해간 것이 맞다”고 증언했다. 홍씨 설명에 따르면 닭갈비집에서 매장 식사용으로 쓰는 테이블은 2번~19번 테이블 뿐이다. 홍씨는 “계산서에 찍힌 25번 테이블은 실제로는 없는 ‘가상 테이블’”이라며 “포장용 주문을 계산기에 입력할 때 쓰는 테이블”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도 엇갈리면서 항소심의 '닭갈비' 논쟁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다음 공판은 7월 20일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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