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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두번째 함구령 "윤석열 이름조차 거명하지 말라"

중앙일보 2020.06.22 18:5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와 관련한 함구령을 내렸다. 지난 4월 총선 직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조차도 거명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와 관련한 함구령을 내렸다. 지난 4월 총선 직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조차도 거명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윤석열’이란 이름조차도 거명하지 말아 달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말라”며 이같은 입단속을 내렸다. 그러면서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공식 기구와 절차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고 한다. “나였으면 벌써 그만뒀다”(지난 19일 설훈 최고위원) 등 최근 당내에서 불붙은 ‘윤석열 사퇴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22일에도 “검찰총장 거취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극복”이라며 같은 취지의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총선 압승 직후 ‘오만 프레임’에 대한 경계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정치적 압박만으로는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2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총장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대통령 한 분밖에 없다”며 “자꾸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 물러날 분이 아니다”고 한 것 역시 같은 취지로 해석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조금씩 그 강도가 세졌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 속에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그때마다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는 계속됐다. 추 장관 취임 이후 5일 만에 단행한,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그랬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공소장 비공개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21대 총선을 전후로 잠잠해지는 듯했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기싸움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에 대한 강압수사 의혹 진정 건을 놓고 재점화했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추 장관 입장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수사를 배당한 윤 총장의 지시가 엇갈리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윤 총장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고, 조사는 대검 인권부장이 총괄하라”고 지시했다.
 
한 발 물러난 듯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당장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이 내려지기 직전 민주당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박주민 최고위원은 “윤 총장의 (한 전 총리 사건 대응) 지시는 일견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검 감찰부장의 역할이 축소되도록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입단속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여전히 윤 총장을 ‘검찰개혁의 걸림돌’로 여기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각종 검찰 개편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센 반발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개혁 그 자체를 방해하거나 조직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며 “검찰이 국회와 상호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것만으로도 검찰 개혁에 반하는 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윤 총장 사퇴를 본격적인 '검찰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희종 전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석열 총장 사퇴만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시작일 뿐이다"며 "윤 총장 사퇴를 통해 검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검찰 개혁 의지가 있는 공정한 후임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안.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안. [연합뉴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자체가 인사청문회법 및 국회법 개정 등 오는 7월 출범할 공수처 후속 입법을 위한 사전 경고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7월 검찰 정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이뤄질 거란 전망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누구든 검찰 개혁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경우 쳐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아니겠느냐”며 “윤석열 총장 사퇴 그 자체가 하나의 검찰 개혁 방안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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