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 '이지스 어쇼어' 도입 무산 놓고 전·현직 방위상 격돌

중앙일보 2020.06.22 18:13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문제를 놓고 전ㆍ현직 일본 방위상이 세게 붙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22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에 고노 다로(河野太郎) 현 방위상의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배치 중단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실었다.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마이니치에 기고
"방위성의 인위적인 실수…잘못 인정해야"
"해상 플랫폼 설치 등 대안 있는데…"
"미국이 막대한 위약금 요구해올 것"

지난 2017년 8월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2+2 회의(외교국방방관회의)에 앞서 양국 장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고노 다로 외무상,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7년 8월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2+2 회의(외교국방방관회의)에 앞서 양국 장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고노 다로 외무상,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EPA=연합뉴스]

이지스 어쇼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증가를 이유로 일본이 도입을 서두르던 육상배치형 미사일 요격 체계다. 
 
그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국민의 안전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최신형으로 꼽히는 요격체계의 도입이 무산된 데 따른 후유증도 심각하다. 정치권은 물론 평소 목소리를 잘 내지 않고 있던 자위대에서 반발이 일어날 정도다. 이로 인해 안보 태세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아베 정권이 자중지란에 빠진 모양새다. 
 
2017년 일본이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키로 결정할 당시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 전 방위상은 자민당 내 국방부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마이니치에 기고문을 낸 것 자체가 ‘불만 수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노데라는 기고문에서 “이번 문제의 근간은 방위성의 설명 미스(실수)이고, 인위적인 것”이라며 “방위성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길 촉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고노 방위상이 일방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제대로 설명도 안 했다는 뜻이다.  
 
지난 2018년 12월 11일 미국 하와이 해군기지 내 이지스 어쇼어 발사대에서 SM-3 블럭II A 요격미사일이 시험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외기권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했다.  [사진 미 미사일방어국]

지난 2018년 12월 11일 미국 하와이 해군기지 내 이지스 어쇼어 발사대에서 SM-3 블럭II A 요격미사일이 시험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외기권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했다. [사진 미 미사일방어국]

앞서 고노 방위상은 요격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추진 보조장치인 부스터(booster)의 낙하 문제를 도입 중단의 중요한 이유로 거론했다. 높이 1.7m, 무게 약 200㎏의 부스터가 배치 장소인 육상자위대 훈련장 내에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주변 민가로 떨어지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노데라는 “부스터가 낙하해도 문제가 없을 넓은 땅을 찾든지, 혹은 그런 장소를 만들면 될 일”이라며 “가령 해상에 플랫폼을 만들어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상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때 부스터나 파편 등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미사일이나 폭격기가 떨어뜨리는 폭탄과 요격 후 파편 중 어느 쪽이 무섭냐고 한다면 당연히 전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스 어쇼어 요격체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지스 어쇼어 요격체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오노데라는 이지스 어쇼어 도입 무산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도 제기했다. 그는 “일련의 흐름을 볼 때 미국 측이 (일본의) 중단 결정을 받아들여 (경비) 청구를 취소하리라 보지 않는다”며 “(미국이) 막대한 위약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이) 배치 계획을 중단하더라도 종국엔 구입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비즈니스맨'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에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선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카드와 연계할 것이라 염려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하는 자신의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일본에는 8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한국에는 50억 달러(약 6조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본에는 2016~2020년 5년 치 방위비 분담금 총액 약 9465억엔(약 88억 달러)에 맞먹는 돈을 매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노데라 등 일본의 안보 전문가들이 고노 방위상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간 무역협상에 타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금지〉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간 무역협상에 타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금지〉

안 그래도 인기가 떨어져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는 새로운 카드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자민당 강경파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올려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물밑에선 탄도미사일이든 순항미사일이든 미국산 무기 체계를 도입할 경우 이지스 어쇼어 포기를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