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당 “법사위 아니면 전무”에 민주당 고심…18대0 강행 주저

중앙일보 2020.06.22 17:35
윤호중 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호중 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5월 2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이 참에 새롭게 국회법을 바꾸고 과반수 넘긴 정당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전통을 만들자.” (6월 22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발언 시기가 다를 뿐 여야가 같은 말을 하는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꽉 막혀있다. 지난달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꼭 가져가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에 ‘18대0’이라는 상임위 독식 불사론까지 폈다.
 
한 달 뒤 법사위를 뺏긴 통합당이 “법사위 안 내놓을 거면 상임위 다 가져가라”(주호영 원내대표)고 하는데, 민주당은 ‘11대7’ 배분 원칙을 이유로 독식 강행을 주저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늦기 전에 국회 정상화 협조를 통합당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굳어지는 배수진

지난 20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 20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통합당 내부에선 “법사위 아니면 다 필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18개 다 가져가라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포기가 아니라 다 뺏어가라는 뜻이다. 7개만 가져가라는 건 거부했다”고 했다. 상임위원장 후보인 통합당 내 3선 의원들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법사위원장 배분이 관철되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 명분 싸움에도 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칩거 중인) 주 원내대표가 오면서 국회가 정상화할 것”이라며 “모든 상임위에 저희 의원들 리스트를 내고, 배치돼서 일할 거다. 국민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여(巨與) 독재 구도를 만들어 모든 책임을 여당에 몰아주겠다는 ‘벼랑 끝 전술’이다. 옛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례에 어긋나게 일방적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이 되었고 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고 한 마당에 굳이 나눠먹기 상임위 배분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 참에 책임정치를 구현하자”고 했다.
 

시간은 다가오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622

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622

 
막상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공식 협상 창구인 주 원내대표가 소재 불명인 가운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합당이 바깥으로 떠돌고 공식 논의 테이블에 들어오질 않으니 참 갑갑하다”고 했다. 지난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긴장이 환기되면 국회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아직 은거를 풀지 않고 있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이날 “지난 주말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 원내대표를 찾아 (경남) 울진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설정한 마지노선은 “이번주”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주에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다음주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는 29일부터는 ‘18대0’ 상임위원장 독식 실현이 불가피하다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점점 가면 결단의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 잠정 합의안(11대7)을 되돌리려면 적어도 원내대표 간 공식 테이블에 (통합당이)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18대0 현실 되나

그래도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상임위원장 독식 전례가 1987년 개헌 이후 전무해서다. 30년 넘게 정착한 여야 전통을 뒤집는 일은 176석 거여에도 부담이다. 이날 민주당 내에서는 “진짜 18개 상임위를 전부 가져오겠다고 하면 의원총회 때 나가 반대 발언을 하겠다”(수도권 중진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방역·경제 위기에 남북 관계까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이 국회 운영 책임까지 다 떠안는 건 무리고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 틀은 11대7이라는 잠정 합의안을 유지하고 통합당 요구를 좀더 반영하는 절충안 구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법사위는 되돌릴 수 없다. 잠정 합의 때 예결위·정무위·국토위 ‘빅3’ 상임위원장을 주겠다고 했는데 통합당이 초반에 산자위원장을 원했으니 그것까지 고려할지 내부 논의를 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국회 본회의 표결로 선출한 산자위원장을 되돌릴 수 있을지, 정부 역점사업인 그린뉴딜 주무 상임위를 야당에 넘겨도 되는지 등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통합당 일각에서도 ‘조건부 참여론’이 없지 않아 막판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통합당 장제원·하태경 의원은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 참여”를 주장했고, 박수영 의원은 “하반기 2년간 법사위를 가져올 수 있다면 상임위에 참여하자”는 의견을 냈다. 한 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4년 내내 국회 참여를 거부할 수도 없는데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다 내주면 향후 모든 분야에서 여당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윤정민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