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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日 잃어버린 20년' 답습 농후…페이고 원칙 도입해야”

중앙일보 2020.06.22 17: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이유로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2023년으로 예상된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시기가 2022년으로 앞당겨 지는 등 재정 경고등에 적신호가 켜진 까닭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국회 정책세미나]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기조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기조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이후 장기 침체 대비해야” 

22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선진경제전략포럼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기조의 올바른 방향' 정책 세미나를 열고 재정 준칙 마련에 한 목소리를 냈다. 오정근 선진경제전략포럼 회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코로나 위기로 기업부도, 대량 실업 위험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재정 역할이 중요한 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가부채가 과도하면 재정정책 여지가 없어져 (향후) 경기가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대책이 없어 장기침체를 유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에 선을 그었다”며 “그러나 이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국가부채비율'과 포괄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근거로 든 채무는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는 좁은 의미의 나랏빚이지만, 선진국이 초점을 두는 기준은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744조 넘어선 韓 국가부채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추산한 올해 국가채무는 총 840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43.5%다. 규모와 GDP 대비 비율 모두 역대 최대다. 국가채무는 내년 935조3000억원으로 뛰다가 2022년에는 1030억5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고, 2023년이면 1134조2000억원으로 치솟는다. 매년 약 100조원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다. 미래 세대의 '잠재적 빚'으로 돌아오는 국가부채는 지난해 이미 174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 누수뿐 아니라 경제 상황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1992~2011년 평균 0.6%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도 1980년대 금융위기 극복을 이유로 국가부채를 크게 끌어올린 탓에 재정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점을 꼬집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低)성장, 저출생ㆍ고령화, 복지지출 급증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정부자금 부족과 가계부채 증가, 기업 실적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외국자본에 과다하게 의존하게 되는 등 경제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정 운영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잃어버린 20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 잃어버린 20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원 조달 명시한 '페이고 원칙' 도입해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정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 과정에서 정당들이 재정 퍼주기 경쟁에 나서게 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정 포퓰리즘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 중립적 감시기능이 확립돼야 한다”며 “다수의 OECD 국가가 의회예산처, 행정부의 독립위원회 등 다양한 형태의 정치 중립적 감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회장은 “남유럽과 일본의 사례는 위기 기간 중이라고 마구 재정을 쏟아부으면 곧바로 재정위기가 온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예산안 제출 때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명시하는 페이고 원칙 등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교수는 “재정준칙은 '자기세대 자기부담' 원칙을 적용해 재정운용에 대한 세대 간 공평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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