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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소송→혈서→천막 농성…등록금 환불 두고 대학가 갈등

중앙일보 2020.06.22 17:03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22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날 낮 12시 이화여대에서 열린 ‘이화인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다. 오희아 총학생회장은 “제 등록금 433만원은 실험실을 쓰고, 강의실에서 충분한 수업을 듣고,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라며 “하지만 온라인 강의 방식과 질은 천차만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금은 양질의 교육을 하는 데 쓰여야 한다. 쓰지 못한 등록금 차액은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보 행진→등록금 반환 소송→혈서→천막 농성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비대면 시험을 주장하며 혈서를 올리고 있다.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 캡처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비대면 시험을 주장하며 혈서를 올리고 있다.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를 들어야 했던 대학생과 대학 측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서 출발해 닷새간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걷는 ‘분노의 등록금’ 행진을 했다. 최근엔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한양대 게시판에는 ‘등록금 반환’이 적힌 혈서가 올라왔다. 연세대 학생들은 다음날 신촌에서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연세대 총궐기 투쟁 집회’를 열었다.
 

학생 “강의 질 떨어졌는데 등록금만 400만원”

등록금 반환 촉구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마친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 관련 대학생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국회·대학에 등록금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등록금 반환 촉구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마친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 관련 대학생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국회·대학에 등록금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 ▶학교 시설 미사용 등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오종운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3월 초기 온라인 강의를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하루 두세번씩 서버가 터졌다”며 “법대 한 교수는 첫 달을 제외하고 강의를 전혀 올리지 않다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한 번에 동영상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모(19)씨는 “대학 입학시험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학교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 시설 사용료라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인건비ㆍ시설 유지비 그대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대학 측 의견은 달랐다. 온라인 강의를 한다고 해도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기본 비용이 그대로란 입장이다. 오히려 방역과 온라인 서버 구축으로 재정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수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는 고정 지출로 나가는데 정작 들어오는 재원은 없다. 외국인 휴학생도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 손해가 크다”며 “방역과 온라인 서버 구축에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대학도 허리가 휜다”고 털어놨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 주장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코로나19 전쟁에서 대학도 최전선에 있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학생을 2주간 격리하고 관리하는 비용 모두 대학이 지불했다. 학교가 셧다운 되다 시피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엔 건국대가 일부 등록금을 환불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대학 처음이었다. 일부 대학은 현 상황을 외면하는 교육부를 향해 쓴소리했다. 앞서 교육부는 “등록금 문제는 대학이 학생과 소통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4년제 대학 관계자는 “대학도 학생도 재난 상황을 맞이해 벌어진 갈등에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교육부가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뒤로 빠져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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