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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수사팀 이례적 입장 표명…“이미 결론 냈나”

중앙일보 2020.06.22 16:08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입구.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입구. 연합뉴스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연루된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공개적으로 이례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자와 검사장의 녹취 파일을 다룬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을 두고 “수사 상황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주장을 다룬 모든 증거를 확보해서 객관적으로 살펴본 뒤 ‘결론으로만 얘기해야 한다’는 수사기관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취지다.
 

수사팀, 녹취 파일 확보…정황 일부 공개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최근 채널A 소속 기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지난 2월 이모 기자와 백모 기자가 A검사장을 만나 신라젠 의혹 관련 대화를 나눈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대화에서 A검사장은 신라젠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민·민생 금융 범죄’라는 등 원론적인 의견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다.
 
이에 수사팀은 지난 21일 기자단에 보도 관련 입장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지금까지 확보된 다양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보된 증거자료 중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해 수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수사팀은 해당 증거 및 그간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A검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해당 녹취록은 강요미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공모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리한 자료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앞서 진행된 채널A 진상 조사 과정에서도 확보 가능한 자료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특히 수사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수사 중간에 증거물인 녹취록의 존부를 확인해 주거나 증거관계에 대한 판단을 암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유죄의 예단을 심어주는 것으로서 검사의 객관 의무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법조계 “수사는 결과로만 얘기하는 것 아닌가”

 
수사팀의 입장 표명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게 제기된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의 보안 및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비춰봤을 때 ‘결과로만 얘기해야 한다’는 수사기관의 모습과는 다소 ‘이질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년간 검사로 일했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와 사실을 통해서 결과로만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사팀의 입장은 마치 언론 보도를 배척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팀이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등의 예단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공개적 입장 표명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혹 대상자의 반론 격이 되는 주장을 다룬 보도에 대해 검찰이 그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며 “공보 준칙에 따른 오보 대응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상대편의 여론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수사 등 내부 과정은 철저히 보안이 지켜져야 한다. 저런 상황은 결국 국민의 혼란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엇갈리는 중앙지검·대검…'이견' 상황 빚어져

 
한편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및 구속수사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시각차가 현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지난주 대검에 채널A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대검 차장이 주재한 5명의 부장급회의에서 부정적인 결론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강요미수 혐의 성립에 대한 의견도 맞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언론사와 현직 검사장이 연루되는 등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주무부서인 대검 형사부가 단독 처리하기보다는 부장들이 모여 논의한 내용을 보고받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문적인 자문을 바탕으로 상호 간의 다양한 의견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도 결정했다.
 
해당 과정에서의 수사팀과 대검 사이 이견이 있었음이 일부 공개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방의 한 검사는 “사건 수사에 있어서 이견 등 소통 과정은 늘 있다”면서도 “민감하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내부의 관점 충돌이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공개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내부 처리 과정이나 수사 중 상황은 그 과정에서 외부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며 “불신을 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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