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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정부 양육비 지원, 아이 삶의 질 개선엔 안 쓰여"

중앙일보 2020.06.22 15:41
정부의 양육비 지원이 소득은 늘려주지만, 원래 취지인 아동 삶의 질 개선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바람에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호자들이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호자들이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육비용 지원 소득은↑, 사교육비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권성준 부연구위원은 22일 재정포럼 6월호에 기고한 '정부이전지출 확대에 따른 가구의 소비지출 행태 분석'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2년 보육료와 유치원비 지원 효과를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통해 분석했다. 2012년은 만 0~2세, 만 5세 아동의 보육료와 유치원비를 처음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지급한 첫번째 해다.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양육비와 유치원비 지출 감소 효과다. 특히 만 1~2세 가구는 양육 비용이 2만4881원(비중 0.88%포인트↓) 감소한 것에 비해 만 5세 가구는 6만34원(비중 0.17%포인트↓) 감소했다. 연령이 높은 자녀가 있을수록 보육과 학비에 드는 부담이 더 줄었다는 얘기다. 또 양육비 지원 대상을 고소득 가구로 확대한 첫 해여서, 돈이 많이 가구에서 양육비 절감 효과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은 사교육비도 감소시켰다. 만 5세 자녀가 있는 집은 저소득층인 1, 2분위 가구에서 사교육 비용이 5만 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만 1~2세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상대적 고소득층인 3, 4분위에서 사교육비 감소가 나타났다.
 

"아이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 안 돼"

정부 지원에 따라 생긴 여유가 아이들의 삶의 질을 위해 쓰이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악기·서적·문구·장난감·취미용품 구매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가족여행 지출 항목은 만 1~2세 영아 가구에서는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정부의 보육료 및 유치원비 지원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권 부연구위원은 분석했다.
 
6월 재정포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6월 재정포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는 정부의 양육비 지원이 영유아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의도에 맞게 쓰이기 위해서는 지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육비를 지금처럼 보육료와 유치원비로 현금 지원하기보다 "사용처와 지원 품목을 제한해 바우처 또는 기프트카드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또 양육비를 감당한 여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삶의 질도 높은 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정책 타당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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