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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19년 상의 흔든 문무일, 2020년 文만나는 윤석열

중앙일보 2020.06.22 05:00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9년 5월 16일 오전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9년 5월 16일 오전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역대 정권마다 검찰을 장악하려 들었지만, 검찰 또한 이에 휘둘린 건 사실 아닙니까?”

 
2019년 5월 16일,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가 직접 던진 질문이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선 문 총장은 이내 양복 상의를 벗어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흔드는 건 어딥니까?”

 
이어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 옷이 흔들리는 게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는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린 것은 인정하되, 검찰을 뒤흔든 외풍(外風)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윤석열 나가라”, 檢에 휘몰아치는 외풍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외풍의 진원지는 ‘여권(與圈)’이다. 지난 19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로 다투는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안 좋은 사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결판을 져야 한다”며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사실상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 추 장관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대법원 유죄 확정판결)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가 주장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윤 총장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시는 정식 공문 형태로 하달됐는데, 그 근거는 ‘검찰청법 8조(법무장관의 지휘ㆍ감독)’라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한 게 유일하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인 뒤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직을 던졌다.

 
지금의 국면은 뭘 의미하는가. 검찰에선 “직접 내쫓을 순 없으니 제 발로 걸어나가란 최후통첩”(검찰 검사장급 간부)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文-尹 오늘 만남, 외풍 논란 잠재울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반발한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21일 자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은 시나리오에 대한 묵인이냐, 아니면 지시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이럴 거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는 말이 빈말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당당하게 윤 총장을 해임하라. 내 편은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이 ‘친문무죄, 반문유죄’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설훈 의원은 윤 총장 임명 때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 총장으로서 적임자’라고 했었다”며 “그러던 분이 이젠 스스로 물러나라고 한다. 그렇게 윤 총장을 내치고 싶으면 정직하게 대통령에게 그를 내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그에 따른 정치적 후과에 대한 책임을 당당히 지라고 주문하라”고 했다.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불렀던 문 대통령은, 넉달 뒤 그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제5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두 번째 만났을 때 발언의 온도가 다르다.
 
그리고 7개월 뒤인 22일 오후, 문 대통령은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 총장을 다시 대면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어떤 얘기를 할까. 그의 발언은 검찰 개혁일까, 검찰을 흔드는 외풍일까.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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