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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신경에 일 못하냐"···코로나에 두번 우는 직장맘 30% 급증

중앙일보 2020.06.22 05:00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개학이 또 연기됐다. 지난 1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개학이 또 연기됐다. 지난 1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던 '직장맘' A씨는 상사의 반대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 돌봄 휴가를 썼다.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휴가 후였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못 한다는 질책을 받았다. 직접 책임질 일이 아니었는데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사표를 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상담 30% 늘어
육아 휴직 거부당하고, 퇴사 강요 호소
부당전보, 임금체불 등 권리 침해

 
 또 다른 직장맘 B씨 역시 가시밭길 같은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백화점 입점 매장에서 물건 판매를 담당해왔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확 줄었다. 손님이 뚝 끊어지자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B씨가 임신을 하면서 일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점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자, 돌아온 말은 청천벽력같았다.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이달 말로 퇴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점장은 "임신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졌고, 인력조정이 필요해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아이 돌봄' 걱정…'회사 걱정' 두 번 우는 직장맘

 
 코로나19로 직장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서울시 직장맘 지원센터에 따르면 육아 휴직을 거부당하거나 사표를 권유받는 등 직장생활 고충을 호소하는 직장여성 상담이 늘고 있다. 직장맘 지원센터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상담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상담 건수가 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4월 상담 건수는 4699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상담은 6108건으로 30%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불리한 처우' 관련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30% 늘어난 3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직장맘 지원센터는 "불리한 처우는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제도 사용 거부나 복귀 거부 등 부당전보,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실제 권리 침해가 된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돌봄 휴가 쓰면 '결근'으로 처리하겠다는 회사

 
 실제로 접수된 사례들은 다양했다. 3년째 직장을 다니던 C씨는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이 휴원하자 급하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가족 돌봄 휴가를 쓰기로 했지만, 상사의 반응은 싸늘했다. "상부 기관에서 별도로 공문 받은 것이 없다. 휴가를 사용하면 결근 처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C씨는직장맘 지원센터에 상담 신청을 했고, 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족 돌봄 휴가 지원금을 받고 휴가를 쓸 수 있었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D씨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려 하자 "지금 이 시기에 누구는 안 쉬고 싶냐"는 소리를 들었다. "원래 해고하려고 한 직원에겐 육아 휴직을 안 줘도 된다. 업무 태만하고 무능한 직원"이라는 말도 했다. 결국 D씨는 육아 휴직을 쓰지 못했고, 가족 돌봄 휴가는 결근으로 처리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표' 압박도 상당했다. 센터에 따르면 "권고사직에 응하면 실업급여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하거나 "네가 나가지 않으면 함께 일하던 후배 2명을 잘라야 한다"고 압박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회사에선 회사 회식에서 육아 휴직자만 빼고 전체 근로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까지 일어났다. 한 금융회사는 4년간 일하던 직장맘 E씨가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려 하자 "코로나19로 경영이 나빠졌으니 복직 후 연봉 1000만원을 감액하는 데 동의해야 복직을 받아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직장맘 F씨는 아이를 친척 집에 2주간 맡겼다. 하지만 개학연기가 되면서 더는 신세를 지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F씨의 일터는 직원이 7명인 작은 회사. F씨는 "작은 회사라 돌봄 휴가 같은 건 말도 못 꺼내겠다"며 "회사에 터놓고 말할 사람도 없어 속마음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직장맘 지원센터는 "가족 돌봄 휴가 사용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며 "가족 돌봄휴가 사용으로 불리한 처우가 지속 시에는 고용노동부의 진정을 권유하는 등 절차 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직장맘 지원센터 센터장들은 "돌봄 등을 위해 휴직을 선택한 직장맘은 강제사직을 당하거나 해고 1순위 처지가 되어 결국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센터장들은 "상담을 통해 고용노동부 등을 통한 권리구제 방안을 알고 나서도 직장맘들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현실과 시간, 비용부담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해결을 위해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불안한 지금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어려운 시기에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맘 고충에 귀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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