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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2054년 고갈, 8대 사회보험 다 빨간불

중앙일보 2020.06.2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국민·공무원·군인·사학 4대 연금과 고용·산재·건강·노인장기요양 4대 보험 모두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국민연금은 앞으로 34년 뒤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기존에 예상한 국민연금 재정고갈 시기보다 3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사회보험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사회보장 분석
국민연금 2040년 첫 적자 전환
보험료 개혁없으면 고갈 빨라져
박능후는 단일 개혁안 제시 거부
사학연금도 2051년이면 바닥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21일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은 2040년 처음 적자로 전환한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후 적자가 쌓이며 2054년 기금이 고갈된다. 이는 정부가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예상한  2042년 적자 전환, 2057년 기금 고갈과 비교해 시기가 각각 2년·3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올리는 개혁안이 2년 넘게 논의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 재정전망

국민연금 기금 재정전망

예정처의 전망이 정부의 전망보다 비관적인 것은 최근 상황이 반영된 최신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계청의 2016년 장래인구추계를 적용해 인구 변화를 예측한 반면, 예정처는 지난해 장래인구추계를 사용했다. 예정처는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보장 역할을 강화하고 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연금 제도 개혁을 조속히 완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개혁에 따른 정부 재정 변화 전망 등 보다 풍부한 자료를 분석·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인요양보험 2022년 3조원 적자
 
현재 국민연금은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국민연금 제도를 고쳐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수령금을 낮춰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한 대선 공약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 추진과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에서) 새롭게 나올 안이 없다”고 말했다. 2018년 말 내놓은 4가지 개혁안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 고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당시 야당과 전문가들은 “사실상 개혁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단일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 추진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고등이 켜진 것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사학연금은 2051년이면 바닥난다(사학연금공단 추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적자가 나도 나라에서 보전해준다. 공무원연금공단 재정 추계에 따르면 2085년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느라 16조4300억원 나랏돈이 들어간다. 군인연금 적자를 보전하는데도 2060년 8조9800억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국방부는 관측했다.
 
국민연금 대상자 수

국민연금 대상자 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업난에 고용보험은 당장 올해 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18년 20조6000억원에서 2023년 11조1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날 상황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은 2022년 3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정처는 “사회보험별 운영·관리의 차이로 인해 사회보험 전체의 재정 상황에 대한 통합적인 파악과 판단이 미진하다”고 짚었다. 8대 사회보험 중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의 회계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 재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 나머지 6개 사회보험도 소관 부처와 상임위원회가 나뉘어 있어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통합적인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사회보험 재정 누수는 정부 재정 문제로도 이어진다. 올해 정부는 사회보장 지출에 192조8000억원 예산을 쓴다. 정부 재정이 아닌 건강보험 회계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67조4000억원에 이른다.
  
정부 사회보장지출 올해만 193조원
 
박능후 장관. [뉴스1]

박능후 장관. [뉴스1]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 사회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예정처가 비교한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2009년 20.7%에서 2018년까지 20.1%로 평균 0.6%포인트 줄었다. 반면 이 기간 한국의 사회지출 비중은 8.4%에서 11.1%로 2.7%포인트 늘었다. 복지 체계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든 대부분 선진국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이제 막 사회보장을 늘려가고 있는 한국의 경우 지출을 빠르게 늘려가는 중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안전망의 운용 주체가 제각각이고 (수급자) 소득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지원의 사각지대 발생, 중복 지원 등 재정 시스템의 비효율성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회 안전망의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3000여만 명이 확보된 국세청 소득 파악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정보 호환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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