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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피의 금요일’…측근 수사해온 버먼 지검장 해임

중앙일보 2020.06.22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 등의 수사를 지휘하던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이 20일 전격 해임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 등의 수사를 지휘하던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이 20일 전격 해임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수사에 앞장서온 제프리 버먼(61) 뉴욕 남부지검장이 ‘버티기’ 끝에 결국 해임됐다.
 

‘월가 저승사자’인 뉴욕 남부지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집중조사
“수사 계속” 버티다 결국 교체돼
NYT “트럼프, 눈엣가시 제거한 것”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버먼 지검장에게 서한을 보내 “불행히도 당신은 어젯밤 성명으로 공무보다 공개적 구경거리를 선택했다.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통보했다. 바 장관은 상원에서 후임을 인준할 때까지 차석인 오드리 스트라우스가 지검장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먼 지검장은 전날 바 장관이 “버먼 지검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히고, 백악관도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후임자로 발표하자, “후임이 올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며 맞섰다. 그러다 이날 바 장관이 스트라우스 차장 검사를 대행으로 내세우자, “즉시 사무실을 떠나겠다”고 받아들였다. 언론들은 버먼이 함께 일한 스트라우스 차장검사가 진행 중인 수사를 계속 지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트라우스는 트럼프가 멘토로 불렀던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을 상대로 승소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프릿 바라라 당시 뉴욕 남부지검장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이유로 해임하고 버먼을 그 자리에 앉혔다. 공화당 소속인 버먼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에서 파트 타임으로 자원 봉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버먼은 2018년 취임 후 트럼프의 집사 마이클 코언 변호사를 기소해 3년 형을 받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조사하고 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를 탄핵 위기까지 몬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가 된 버먼을 제거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자신들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행정부 내 관료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식의 해임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부터 금요일 밤만 되면 주요 인사가 해임 통보를 받는 이른바 ‘피의 금요일’이 반복됐다. 지난 4월 3일에는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이 해임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내부 고발자 보고서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의회에 제출한 인물이다. 5월 1일에는 보건복지부 감찰관 크리스티 그림을, 5월 15일에는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해임했다. 그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진단 도구 문제를 지적했고, 리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사권 남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후임 오드리 스트라우스. [트위터 캡처]

후임 오드리 스트라우스. [트위터 캡처]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뉴욕 남부지검은 내부자 거래, 주가조작 등 범죄와 국제 테러, 정치인 비리 수사로 유명하다. 버먼 검사장 역시 2018년 8월 하원의원 크리스 콜린스와 그 아들 등을 내부자 거래와 위증죄로 체포해 26개월 징역형을 받게 하는 등 정치인 수사를 지속해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도 뉴욕 남부지검이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고 부탁하자,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먼 검사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이란 제재법을 어긴 터키 국영 홀크 은행을 기소했다.
 
미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차례로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을 맡은 뉴욕 민주당 제럴드 네이들러 의원은 버먼 지검장의 해임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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