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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포장재로 고양이집 만들고, 새벽 배송 아이스팩은 화분 영양제로

중앙일보 2020.06.22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새벽 배송’ ‘총알 배송’ 등 배달 서비스를 즐기면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환경을 해치는 택배 박스, 완충재, 비닐 팩, 보냉재 등 포장 쓰레기들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은 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재’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운동화 브랜드 ‘에버래인’은 100% 재생 가능한 골판지에 옥수수 전분 스티로폼으로 포장한 운동화를 출시했다. 운동화가 상자 안에 잘 고정돼 있도록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그린 셀 폼’을 사용했는데, 이 스티로폼은 퇴비 통에 넣으면 그대로 생분해되고, 따뜻한 물에 넣으면 녹아 없어진다.
 

쓰레기 재활용 ‘에코 패키지’ 확산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도 냉장 배송에 사용하는 모든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스티로폼 대신 ‘콘보이’라고 불리는 환경친화적 완충재를 사용하는데, 옥수숫가루 80% 이상에 천연 첨가제를 사용해 물 또는 흙을 만나면 빠르게 자연 분해되는 소재다.
 
에코 패키지로 반려동물을 위한 집을 만든 예. [사진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로 반려동물을 위한 집을 만든 예.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전 세계에 출고되는 TV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적용한 ‘에코 패키지’를 도입했다. TV 포장재는 두꺼운 골판지가 주로 사용된다. 환경부의 20017년 추산에 따르면 골판지 등 국내 종이 폐기물은 매일 약 5000t, 연간 약 200만t이 배출된다. 삼성전자는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dot·점)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도면을 제공했다. 반려동물 집이나 잡지꽂이, 리모컨 수납함 등이다.
 
아이스팩은 고흡수폴리머 성분으로 돼 있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엔 재생 종이에 물 100%를 넣어 만든 아이스팩을 선택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스팩 안에 들어있는 물을 화분에 주면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했다. [사진 SSG닷컴]

아이스팩 안에 들어있는 물을 화분에 주면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했다. [사진 SSG닷컴]

신세계 SSG닷컴은 아이스팩 안에 넣는 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새벽 배송에 사용되는 보냉재를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교체했는데, 순수한 물을 얼려 사용하는 친환경 아이스팩에서 더 나아가 물 안에 ‘PSB’라는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해 화분의 식물 영양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미생물은 하수구에 버리면 하수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SSG닷컴과 보냉재 제작 협력업체 ‘딕스’가 지난해 11월부터 개발해 도입했다. 이 친환경 보냉재는 하루 약 2만 개씩 활용되고 있다.
 
재생 가능 골판지에 물에 녹는 스티로폼 ‘그린 셀 폼’으로 운동화를 포장한 ‘에버래인’. [사진 에버래인]

재생 가능 골판지에 물에 녹는 스티로폼 ‘그린 셀 폼’으로 운동화를 포장한 ‘에버래인’. [사진 에버래인]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는 소비자들이 생수병을 분리수거할 때 라벨 떼기가 번거롭다는 점에 착안, 아예 라벨을 없앤 생수병을 만들었다.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 넣는데, 이를 통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기준 라벨 포장재 약 1430만장(약 9t)의 포장 폐기물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는 식품이나 음료를 구매할 때 환경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18세에서 44세 소비자들에게 특히 높게 나타났다. 패션 전문매체 BOF와 매켄지&컴퍼니의 2019 패션 보고서도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 소비자 10명 중 9명은 기업이 환경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 포장재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2378억 달러(약 275조 9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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