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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째 술대신 사이다 마신 윤석열, 뼈있는 농담만 던져"

중앙일보 2020.06.22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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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 176석의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4·15 총선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는 이전과 현격히 달라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대학살’ 인사 발령일을 목전에 두고 ‘청와대 하명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자 13명을 재판에 전격 넘긴 게 1월 말이다.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잠정 중단했던 수사를 총선 이후 재개했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총선 전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분석만 난무하고 있다. 그사이 윤 총장도 공개 발언이나 공식 활동을 자제하고 사실상 ‘잠행 모드’로 전환했다.
 

울산시장선거·한명숙·라임사건…
“여당 로비 연결해 준 인사 검거 뒤
여권, 수사 예봉 꺾으려 강공 의혹”
윤 총장, 두 달째 술 대신 사이다만

윤석열 압박하는 여권

윤석열 압박하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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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찰 출신 선후배·동료의 경조사에는 꼬박꼬박 모습을 나타낸다. 안대희 전 대법관 자제 결혼식,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본인상 등이다. 과거 특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법조계 인사들과 특수부 출신 야당 국회의원 당선 축하를 겸한 지난 5월 말 저녁 모임도 그런 차원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동석했다는 한 검찰 관계자는 21일 “오랜만에 봤는데 엉덩이 꼬리뼈 쪽의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두 달째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며 “(술을 안 해서 그런지) 얼굴은 깨끗해 보였고 똑바로 잘 앉지를 못했다. 사이다만 마시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안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고, 곧 있을 검찰 정기 인사 얘기가 나오자 ‘검찰총장이 인사권이 전혀 없어 신경쓸 일이 없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더라”며 “원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하라는 게 검찰청법 34조의 규정인데 지난번 추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겨냥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사실 최근 들어 윤 총장이 힘이 빠져 있고 ‘식물화’됐다는 전언이 종종 들린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관련 의혹 사건의 경우 처음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말고 경찰에 내려보내라고 윤 총장이 지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다만 서울서부지검에서 직접 수사하겠다고 결정하자 “신속하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규명하라”고 원론적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 담당 주체 문제를 계기로 윤 총장 거취에 대한 여당 인사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19일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울산시장 하명 사건, 라임펀드 중도환매 사건 수사 등에서 뭔가 굵직한 게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검사장 출신 B변호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권 인사들에게 금품과 양복 로비 등을 하게 연결해 준 광주MBC 사장 출신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여당과 법무부의 공세가 갑자기 심해졌다”며 “윤 총장의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이어갈 것을 우려해 미리 예봉을 꺾는 차원에서 노골적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은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은 구속·불구속 결정권과 직결돼 참고인의 조사 주체를 다투는 이번과는 사안 자체가 다르다”며 “특히 장관의 잘못된 지시는 따라서도 안 되고 총장이 사퇴할 일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 총장은 “뚜벅뚜벅 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담담히 피력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평소와 다름없이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신뢰하는 참모들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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