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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미군철수 카드로 방위비 인상 압박하라 했다"

중앙일보 2020.06.21 21: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사용하라는 입장이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23일 발행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일본과 관계를 괴롭히는 사안은 주한 미군이 얼마의 비용을 분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썼다.  
 

23일 출간하는 본인의 회고록에서 주장
"창의적 회계 기술로 50억$ 정당화 가능"

본지가 입수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중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부분에 따르면 그는 “사실상 미국은 어디에나 기지가 있었고, 주둔국은 일정 비용을 지불했으나 그 지불 규모는 다양했고,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합의랄 게 없었다”며 “미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을 적용하면, 거의 모든 비용이 높든지 낮든지 정당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를 찾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볼전 보좌관은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를 찾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볼전 보좌관은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집행 내역을 토대로 협상을 통해 산정해 왔지만,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약 6조원)로 지난해보다 약 5배 가량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볼턴 전 보좌관이 언급한 ‘창의적인 회계기술’로 산정한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 “안보에 대해 미군이 철수한 한국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들(한국)의 지속적인 높은 분담금 인상 반대는 (한국 안보의) 리스크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동맹(한국)의 ‘상황’ 보다는 ‘약점’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한 셈이다.  
 
2019년 7월 볼턴 전 보좌관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 논의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은 현재 방위비 분담금으로 25억 달러를 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트럼프(대통령)만이 얼마면 만족할 지를 알고 있다”며 “진짜 (방위비) 숫자가 무엇인지 추측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자신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귀환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분담금 증액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군 철수로 위협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선 레이스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들의 미군 주둔비(방위비 분담금) 분담비율이 작다는 이유로 독일은 물론, 한국과 미국에 주둔중인 군대의 철수를 거론하고 있다. 주한 미군 철수는 북한이 6ㆍ25전쟁 직후부터 줄곧 주장하는 내용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카드중 하나다.  
 
워싱턴= 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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