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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그날…트럼프, 文 동행 요구 3차례나 거절했다"

중앙일보 2020.06.21 20:4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미국 정치권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지난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미 3자회담 뒷얘기가 담겼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도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볼턴 회고록 속 판문점 회담 뒷이야기

3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성사됐다.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에 따르면 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참여를 수차례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단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며 동행을 요구해 결국 관철시켰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등 미국 측 대표단은 당시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 회담에 참여하지 말 것을 3차례나 완곡하게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김정은, 문재인 원치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책에서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분쟁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그는 "왜냐하면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이 근처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치 않았다는 의미다.
 
볼턴은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관한 뒷얘기도 풀어놨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본심과 달리 "문 대통령도 같이 가서 만나면 보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화에 끼어들며 "문 대통령의 생각(3자 회담)을 전날 밤 타진했지만, 북측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했던 말을 숨기고 문 대통령에 동행을 요청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핑계로 들며 문 대통령의 참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대목이다.
 

"트럼프, 북한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재차 참여를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하는 장면도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게 보일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그를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존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출간을 앞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 사진 아마존 캡처

출간을 앞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 사진 아마존 캡처

 

"트럼프, 김정은에게 할 말 있다" 또 거절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또다시 "그동안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적이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동행을 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고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또 거절 의사를 전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아마도 트럼프는 또 문 대통령에게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에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될 것이라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 동행 대신 나중에 만나자는 말을 했을 것이라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 따르면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 측에 DMZ 내 관측 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하자고 압박하면서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출간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진 내용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제로(0)라고 생각했다는 내용과 트럼프-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 당시 참모진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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