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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개헌' 밀어붙이는 아베… "평화헌법에 대표성 있나"

중앙일보 2020.06.21 18:03
지난 18일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임기 내 개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도 예상된다. 일본 전후 민주주의 근간이 된 평화헌법을 폄하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극우 정객과 인터넷 방송서 대담
'GHQ가 속성으로 만든 헌법' 강조
"정당성 있지만 국민 투표 안 거쳐"
급락한 지지율에 연일 보수층 자극


아베 총리는 20일 밤 인터넷방송 아베마TV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뉴스 바(News Bar) 하시모토'에 출연해 이런 주장을 폈다. 아베 총리는 먼저 내년 9월까지 자신의 임기가 남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회에서 개헌과 관련한 국민투표법 통과를 미루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국회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개헌 일정을 강조하면서다.  
 
20일 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부지사가 진행하는 아베마TV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을 사전에 예고한 아베마TV의 홍보 기사. [아베마타임즈 캡처]

20일 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부지사가 진행하는 아베마TV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을 사전에 예고한 아베마TV의 홍보 기사. [아베마타임즈 캡처]

그런데 국민투표의 중요성을 부각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현행 헌법에 대한 아베 본인의 속내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은 (1946년 당시) 제국의회가 결정했다"면서도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모든 국민이 거기에 한표를 던진 것이냐고 말하자면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형식상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정당성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또 "GHQ(연합군사령부)가 선발한 25명이 단 12일 새 의논해 만든 원안을 일본 측에 건네 제국의회에서 이걸 통과시켰다"며 "매우 한정된 사람들이 논의했고, 제국의회에서 그걸 가결할 때 울면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민투표를 하게 되면 사실상 처음"이라며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모든 국민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류의 주장은 일본 보수 진영이 헌법을 바라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직 총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전후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일본 내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패전의 역사를 지우기 위한 역사 수정주의적 시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변국과 갈등을 키울 소지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일찌감치 개헌 카드를 던졌지만 현재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아베 총리가 제안한 '자위대'의 헌법 명기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각종 스캔들로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개헌 추진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 18일 저녁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저녁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오히려 개헌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이날도 "국회의원은 당당히 국민 앞에서 헌법심사회에서 논의해 최종적으로 결의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위기를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외에도 아베 총리는 최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연일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극우 정객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부지사와 방송 대담에 나선 것도 이런 면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과 관련한 각종 스캔들과 관련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불법 행위는 없었다는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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