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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폐쇄 의혹에 핵연료 보관까지…바람 잘 날 없는 월성원전

중앙일보 2020.06.21 17:51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6월 조기폐쇄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월성원전 1호기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문제를 놓고 월성 2~4호기 역시 잡음이 불거졌다. 맥스터를 착공해야 하는 '마지노선'인 8월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의 공론화 과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맥스터' 주민설명회 3차례 무산 

 
가장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건 월성원전 내에 맥스터를 증설하는 문제다. 맥스터 증설 여부가 공론화에 부쳐지며 월성원전이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 사이에서 찬반이 갈리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 산하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이미 두 차례 연기한 주민 설명회를 12일 다시 열기로 했지만, 맥스터 증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로 끝내 이를 취소해야 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핵폐기장 양남면 반대 대책위’는 설명회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맥스터 증설 찬성(44.2%)보다 반대(55.8%)가 우세하다는 주민 891명의 의견을 정리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양남면을 비롯한 경주지역 환경단체는 2005년 정부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경주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2016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을 타 지역으로 반출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 주민도 반대…"文, 투표결과 수용해야"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 대용량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 대용량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주 외 인접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크다.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 북구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 북구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의 94.8%인 4만7829명이 반대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공론화를 담당하는 재검토위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재검토위원 15명 중 2명(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ㆍ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 사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다가오는 '8월 마지노선'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재검토위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맥스터 증설 착공 '마지노선'은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기 위한 캐니스터는 100%, 맥스터는 95.4%가 가득 찬 상태다. 재검토위는 2022년 3월이면 맥스터가 100% 포화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맥스터 증설 등 해결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월성 2~4호기 가동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월성 2~4호기는 지난해 기준 대구ㆍ경북 지역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9%를 생산해낸 주요 전력원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주민 이해를 돕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건너뛰고 다음 절차인 '숙의 과정'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 1년7개월이 소요되는 7기의 맥스터를 건설하기 위한 공사 기한과 현재 맥스터 포화 시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8월까지는 증설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설명회 없이도 (맥스터) 8월 말까지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숙의 절차는 늦어도 이달 내에 시작해야 8월 중 맥스터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의 과정은 150명의 시민참여단이 4주간의 논의를 거쳐 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다.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 정부 공작물 축조 신고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대로 결정 나면 월성 2~4호기 가동 정지도 배제할 수 없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지난달 이미 경주지역 주민 3000명을 대상으로 모집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구처분시설 건설 합의, 장기간 지킬 수 있어야”

 
한편 정부는 사용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외에 중ㆍ장기관리를 위한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 건설 공론화도 진행중이다. 해당 사안은 총 549명의 시민참여단이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중간저장시설 집중ㆍ분산 건설 여부까지 쟁점이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시민과 정부가 장기간 지킬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김유홍 지질자원연구원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장은 최근 TV토론회에서 “핀란드는 1983년 정치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칙을 결정하고, 이를 꾸준히 준수하고 있다”며 “영구처분시설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사회적 수용성인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칙이 바뀌면 국민이 신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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