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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콕 집어 때린 '한미 워킹그룹'…여권서도 동조 목소리

중앙일보 2020.06.21 17:24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마친 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마친 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등을 면담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외교부는 이 본부장이 워싱턴에서 취재진에 의해 모습이 포착된 이후에야 “비건 대표와 한ㆍ미 간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짤막하게 밝혔다.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 17~19일 미국서 회동
당국, 협의 내용에 대해 북한 자극 우려 함구
북, 한ㆍ미 소통창구인 워킹그룹 지속적 위협
"남북관계 밀고가면 한ㆍ미관계에 영향" 우려도

20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이도훈 본부장은 대북제재 완화 요청 여부나,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대북 공조에 대해서만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최근 북한의 '공세'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한국이 미국에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청할 것이라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를 포함해 외교부도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 역시 한ㆍ미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북한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다.
 
북한은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하고도 한국을 향해 “미국에 끌려 다니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면서, 여권에서는 북한의 불만 제기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콕 집어 언급한 한·미 워킹그룹은 여권의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미 워킹 그룹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다.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워킹그룹은 비건 대북특별대표 임명 이후 미국 측 요청으로 2018년 9월부터 시작됐다. 그해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한국 정부에서 종전선언 얘기가 나오면서 “비핵화 논의와 별도로 문 정부가 홀로 앞서 나가는 것을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나왔다. 이후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 한·미 간 논의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를 위한 대북제재 면제·예외 논의가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갔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워킹그룹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남북 사업을 홀로 밀고 나가려 한다면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각에서 미국의 방해로 민족 공조가 이뤄지지 못 했다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남북 간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많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제재를 어기고서라도 경제적인 도움을 달라는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없고, 한국의 대북제재 이탈을 허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16일 개성 공단에 위치한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6일 개성 공단에 위치한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반도 문제의 주요 플레이어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홀로 이탈하는 모양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16~17일(현지시간) 미 하와이에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고위급 회동은 이견만 확인한 채로 끝났다. 미·중 간 유일한 공통 분모였던 북한 문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분위기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중국의 입장을 말했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실제 (중국의)실천이 어떻게 될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의 18일 설명 자료에선 북한 이슈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 등에 대해 미중 간 입장이 첨예하게 달랐다는 내용만 담겼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튿 날 북한 관련 질문을 받고서야 “한반도 문제를 진전시키는 것은 당사국들의 이익과 관련된다”며 “중국은 단계적, 동시적 접근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옹호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제재 완화에 있어서 미국과 대립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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