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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해제로 ‘면소’ 판결…법원 “재심 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 2020.06.21 16:57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지난 2019년 12월12일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지난 2019년 12월12일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위헌·무효가 된 긴급조치 관련 사건에서 형사소송법상 재심 대상이 아닌 ‘면소(免訴)’ 판결을 받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심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강영수·정문경·이재찬)는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재심 청구 기각에 불복해서 낸 즉시항고를 지난 18일 받아들였다. 이 결정이 확정되면 김 이사장은 재심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덕룡, 긴급조치 9호 위반 재심 청구

 
김 이사장은 지난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헌법 및 대통령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내용의 백서를 제작·배포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긴급조치 9호는 같은해 12월 해제됐고, 법원은 김 이사장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렸다. 면소란 형이 폐지됐거나 공소시효 완성 등의 이유로 실체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 절차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김 이사장은 지난 2019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지난 2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대상은 유죄 확정판결에 한정되는데 면소 판결은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장 측은 항고장을 제출했고, 항고심 심리가 진행됐다.
 

항고심 재판부서 재심 청구 받아들여져

 
항고심 재판부는 김 이사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됐고, 판결 선고 전에 긴급조치 9호가 해제돼 면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히 침해해 그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이를 위반한 공소사실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그 권리 및 명예를 회복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조치 9호 위반 행위로 구속돼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들 중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사법기관의 직접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실상 김 이사장과 같이 면소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형평에 반(反)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해서 죄가 되지 않음을 밝혀주는 것은 피고인의 ‘실질적 명예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재심의 대상으로 삼을 충분한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이사장은 지난 1977년 또 다른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지만, 재심을 거쳐 지난 2019년 4월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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