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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부품사에 2조원 지원해도, 혁신 없인 '밑 빠진 독 물 붓기'

중앙일보 2020.06.21 15:53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업체의 2·3차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빠졌다. 자칫 한국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차 광주 2공장에서 준중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모습. 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업체의 2·3차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빠졌다. 자칫 한국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차 광주 2공장에서 준중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완성차 업체가 2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산업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6가지 대출·보증 프로그램과 만기연장 지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2조원대 ‘자동차 부품산업 취약기업 중점지원 대책’을 의결했다.
 

2조원대 지원, “저신용 부품사 살린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였던 중견기업과 중·저 신용등급 부품업체에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해 회생의 ‘마중물’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이 3000억원 이상을 보증 지원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1조6500억원 이상의 대출을 공급한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부·지방자치단체·금융기관 등과 함께 각종 상생기금, 동반성장 펀드 등에 1200억원 출연, 부품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차 변혁에 맞춰 한국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매출·가동률 급감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매출·가동률 급감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독점 혹은 과점으로 공급하는 2·3차 협력업체들이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납품 거부를 선언했던 2차 협력업체 명보산업은 일단 “23일까지 한시적으로 재고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제2의 명보산업 나올 것” 

하지만 명보산업이 현대차 측에 “1차 협력업체가 회사를 인수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다시 부품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 대구·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명보산업이 지역 은행의 대출금 상환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걸로 안다”며 “1차 협력업체에 단독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이다 보니 부품 공급 중단 같은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독·과점 2·3차 협력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만들기 어려운 부품이 아니지만 명보산업처럼 금형 틀을 사업장에 보관한 채 폐쇄해버리면 대체 생산도 불가능해진다. 또 다른 현대차의 2차 독점 협력업체도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 중단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만 개 가까운 완성차 부품 가운데 한 개만 공급이 중단돼도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다. 공급선 다변화 없이 독점 혹은 과점 납품하는 부품은 현대·기아차만 수백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주먹구구식으로 협력업체를 선정해 어떤 부품은 독점 공급하고, 어떤 부품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업체가 공급하는 등 ‘최적화’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완성차 생산감소로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안성=김영주 기자

경기도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완성차 생산감소로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안성=김영주 기자

산업구조 혁신 없인 ‘밑 빠진 독 물 붓기” 

현대차그룹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18년부터 각종 자금 지원을 해주면서 공급선 다변화와 경쟁력 제고를 요구해 왔지만 일부 독·과점 업체의 ‘떼쓰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등 미래 차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자동차 부품 수가 2만 개 미만으로 줄고, 그나마도 기존 내연기관 부품과 상관없는 것들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기회에 경쟁력 있는 부품사를 선별해 지원하고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부품 생태계가 회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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