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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수진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법안 낸다…김남국 “헌법 이해 못한 것”

중앙일보 2020.06.21 14:41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여권발(發) 사퇴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21일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개별 사건을 지휘하려고 해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당하고 있다”며 “검찰청법 8조에 명시된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 근거를 폐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22일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엔 강대식ㆍ김도읍ㆍ김웅 등 50여명의 통합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헌법의 대원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통합당은 이 조항을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찰총장을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문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대법원 유죄 확정판결)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가 주장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는 정식 공문 형태로 하달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검찰청법 8조에 근거를 뒀다”고 밝혀 법조계에선 사실상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지시한 사건은, 앞서 윤 총장이 ‘당시 검찰 수사팀에 대한 징계시효가 지났고 인권침해 의혹 사건’이란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했다. 하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에 불복, “감찰 필요성이 있다”고 반발하면서 검찰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었다. 이후 추 장관이 공개적으로 윤 총장이 아닌 한 부장의 손을 들어주고 나선 것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김 전 총장은 천 전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인 뒤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조국 사태’ 이후 검찰에 등을 돌린 여권이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윤석열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다음 날인 19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하고 추 장관하고 서로 다투는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안 좋은 사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결판을 져야 한다”며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고 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민주당과 통합당 간 기 싸움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의 검찰청법 개정 시도에 대해 오히려 검찰총장의 감찰 사건 배당과 개별 사건 배당의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검찰총장의 힘을 그만큼 빼겠다는 의미다.
 
‘친조국 성향’의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통합당의 법안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의 대원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 같다”며 “국가 형벌권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것이 법무부 장관이 가진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출되지 않은 검찰총장에게 막강한 수사권을 줄 수 있는 것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해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부를 패싱하고 사건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것은 ①그 자체로서 감찰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고 ②자신의 측근을 살리기 위한 ‘꼼수 배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주 법률적 검토를 거쳐 ①감찰 개시 사건에 대한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의 감찰 중인 사건에 대한 배당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고 ②검찰총장이 대검을 통해 각 지검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하거나 배당을, 소위 ‘통하는’ 검사에게 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이에 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근대 검찰 제도를 만든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이미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했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헌법을 모르거나 무시해 이를 폐지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실정법 위반으로 기소되고도 공천을 받은 사람들, 또 무려 12개 혐의로 기소됐지만 반성할 줄 모르는 조국씨를 결사옹위하고 그 대가로 공천받은 사람들이 민주당엔 부지기수”라며 “금태섭 의원의 경우처럼,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고 재갈을 물리려는 정당은 헌법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기정ㆍ나운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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