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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윤석열 찍어내기' 돌입…원희룡 "정권 이성 잃었다"

중앙일보 2020.06.21 13:28
지난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을 강행했고, ‘공격수’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검찰을 향한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시를 ‘옳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윤 총장 ‘찍어내기’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사위에 강경·공격수 전면 배치…사퇴 언급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범여 187석으로 법제사법 등 6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강행했다. ‘협치의 관행’은 깨졌고, 법사위원장 자리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게 됐다.
 
민주당은 또 법사위원으로 ‘공격수’들을 전면 배치했다. 기존 멤버 구성에 전 고검장 소병철 의원, 사법 개혁을 요구한 전 부장판사 최기상 의원 등 법원·검찰 출신들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용민(변호사) 의원, ‘조국 백서’의 저자 김남국(변호사) 의원 등이 새로 합류했다.
 
지난 1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 진정 사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통화 논란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여당 최고위원은 직접 윤 총장 사퇴를 언급하기도 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윤 총장이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며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빨리 정리하라’ 그런 상황이다. 어떻게 버티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윤석열 지시 옳지 않아”…정면 비판

 
법무부도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시를 두고 ‘옳지 않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故) 한만호씨의 수감 동료 최모씨는 지난 4월 법무부에 검찰의 위증 강요 의혹 관련 진정을 냈다. 이는 윤 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됐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감찰부 조사를 주장했다. 감찰부는 윤 총장의 배당 지시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았고, 대검은 사본을 통해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토록 했다.
 
추 장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질타했다.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재배당 과정에서)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고 윤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추 장관은 이후 사건 중요참고인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감찰부에서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의2(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발생 등 보고)에 근거했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21일 “장관이 감찰 명분으로 검찰에 구체적으로 사건을 지휘한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지시할 수 있게 되는 선례가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법조계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 가시화” 우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여권과 법무부가 사실상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윤 총장을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이성을 잃었다. 윤 총장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여권 인사들은 입을 맞춘 듯 일제히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총장을) 임명할 때 민주당 사람들은 그의 강직함을 칭찬했고, 통합당 사람들은 그가 독립적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한 것을 복수하지 않을까 우려해 임명에 반대했다. 지금은 그 평가가 양쪽에서 정반대로 바뀌었다”며 “그것은 그(윤 총장의)의 칼이 공정하며 중립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주책없이 표변한 것은 총장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처지”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그가 늘 강조해 온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거나 여론전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라며 “윤 총장은 이같은 압박을 버텨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도 “윤 총장이 현 상황으로 인해 거취를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따를 것이고, 이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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