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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40대는 왜 대구 소방서까지 가 현금봉투 두고 사라졌나

중앙일보 2020.06.21 10:12
지난 19일 오후 대구 동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익명의 한 40대 남성이 급하게 전달하고 떠난 152만원과 감사 편지. 대구소방안전본부

지난 19일 오후 대구 동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익명의 한 40대 남성이 급하게 전달하고 떠난 152만원과 감사 편지. 대구소방안전본부

익명의 광주광역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고생했다며 대구 소방관에게 152만원을 기부했다.
 

봉투 2장 던지고 급하게 사라진 40대 남성
“소방용구 필요한 소방관님들께 사용되길”

 21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쯤 대구 동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사무실 문을 열고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말과 함께 봉투 2개를 던지고 급하기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 근무자가 밖으로 따라 나가 남성을 찾으려고 했지만 빠르게 동대구역 방향으로 이동해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 남성이 남긴 봉투에는 오만원권 지폐 30장과 만 원권 지폐 2장 등 모두 152만원이 들어 있었다. A4 용지 1장에 손수 적은 편지도 동봉돼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빛고을에서 보험설계사 겸 보상 강의를 하는 40대 중년 남자”라고 자신을 밝혔다. 빛고을은 광주광역시를 우리말로 풀어쓴 말이다. 그는 “코로나로 영업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대구 지역 설계사를 위해 강의료를 50% 할인했고, 그렇게 받은 강의료 전액을 시민 안전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께 기부한다”고 적었다.
지난 19일 오후 대구 동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익명의 한 40대 남성이 급하게 전달하고 떠난 봉투 2개가 출입구 앞에 떨어져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지난 19일 오후 대구 동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익명의 한 40대 남성이 급하게 전달하고 떠난 봉투 2개가 출입구 앞에 떨어져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그는 “전국의 소방관님들 모두 수고가 많으시지만 아무래도 초창기에 코로나가 창궐한 달구벌 소방관님들께서 더 힘드셨을 것 같은 생각에 이곳에 기부하게 됐다”며 “저의 이런 뜻에 많은 수강생분들이 동참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평소보다 적은 인원과 강의료 50%를 할인해 드린 관계로 총 모금액이 152만원으로 많지는 않지만, 소방용구가 필요하신 소방관님께 유용하게 사용되길 기원하겠다”며 “대한민국의 소시민으로서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대구소방본부는 기부자 뜻에 따라 기부금으로 소방(구급)용품을 구매해 구급대원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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