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억 벌금 못 낸다"는 최순실···노역장 가는 '범털'들 꼼수

중앙일보 2020.06.21 09:00
2018년 8월 최서원씨가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2018년 8월 최서원씨가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이른바 ‘국정농단’ 재판 판결로 확정된 벌금 200억원을 내지 못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차라리 노역장에 유치되겠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10년의 기간 동안 법원이 확정한 벌금은 연평균 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뿐만 아니라 거액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선고받은 ‘범털’ 피고인들은 다수 있다.

 

최순실 “벌금 낼 돈 없다”…추징금만 납부

 
대법원은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해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및 추징금 63억3600만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최씨의 추징금 63억3600만여원은 공탁금으로 납부돼 추징이 완료됐고, 이 돈은 국고로 귀속됐다.

 
이후 검찰은 최씨에게 부과된 벌금 200억원에 대한 징수 절차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최씨 측에게 1차 기한인 오는 27일까지 벌금 200억원을 납부하라는 명령서를 보냈고, 최종 기한인 7월12일까지 납부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 및 예금 등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가 진행된다.

 
최씨 측은 2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낼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씨 측 관계자는 “추징금은 미승빌딩 처분 금지를 풀기 위해 법원에 낸 공탁금으로 냈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낼 돈은 없다”고 21일 말했다.

 
최씨 측은 벌금을 낼 방안이 없으니 일정 기간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벌금 등을 납부하지 못한 자가 일정 기간 교도소 내 노역장에서 노역을 종사하는 제도를 통해서 18년의 징역형 외에 추가로 노역장에 있겠다는 취지다. 
 
노역 기간은 최대 3년을 넘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최씨가 최대 3년 동안 노역장 유치에 처해지면 그의 하루 일당은 약 1800만원을 넘는 수준이 된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10년간 한 해 평균 벌금액 5조원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2018년 법원이 선고한 벌금액은 51조6000억원대로, 한 해 평균 벌금액은 5조1630억여원이다. 평균적으로 1조3000억원대가 현금으로 납부됐고, 노역장 유치로 대체된 벌금은 평균 2조9400억원대에 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현금으로 집행된 벌금액은 매년 1조원대 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역장 유치로 집행된 벌금액은 최근 3년간 각각 2조원대에서 3조원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벌금 집행을 담당했던 지방의 한 검사는 "벌금이 전부 납부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가 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가 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부자’ 등 거액 벌금형…천문학적 추징금도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며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불법으로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희진씨의 경우 징역 3년6월에 벌금 100억원 등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씨는 벌금 100억원을 분납하겠다는 계획서를 검찰에 제출했고, 벌금 집행이 진행되고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500억대 탈세 지시 및 1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250억원대 벌금이 확정됐다. 허 전 회장은 해외에서 체류하다가 뒤늦게 귀국한 뒤 지난 2014년 3월 “벌금 낼 돈이 없다”며 하루 5억원 일당의 노역을 했다가 ‘황제 노역’ 논란이 일었고, 같은해 벌금을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치의 추징금을 남긴 채 지난해 12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회장은 분식 회계 지시 및 사기 대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00억여원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특별사면됐지만, 추징금은 그대로 남았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0.498%의 수치에 불과한 892억여원만이 집행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연대 책임을 지는 전직 임원들로부터 추징금 집행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액수가 상당한 만큼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