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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게임 아바타가 '구찌' 입는다… 게임 속으로 뛰어든 명품 패션 브랜드들

중앙일보 2020.06.20 10:00
패션업체들이 현실 세계 대신 가상의 게임에 힘을 쏟고 있다.
구찌의 '테니스 클래시' 게임 속 캐릭터 의상. 사진 구찌

구찌의 '테니스 클래시' 게임 속 캐릭터 의상. 사진 구찌

지난 18일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글로벌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에 게임 캐릭터의 옷과 신발 제품을 출시했다.  
남자 트레이닝 슈트, 여성용 로고 티셔츠 등 총 4가지 착장의 게임 캐릭터용 패션 아이템을 출시하고 게임머니로 이를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게 했다. 또 구찌 온라인 사이트로 바로 갈 수 있도록 링크를 연결해 현실에서도 똑같은 디자인의 옷과 운동화를 살 수 있게 유도했다. 단, 게임 속 캐릭터 의상과 실제 상품 간엔 가격 차이가 크다. 게임 아이템은 남성용 트레이닝복 세트와 운동화까지 보석 2500개(1만2500원 어치)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와 똑같은 실제 옷을 사려면 남성 캐릭터 기준으로 총 519만원(상의 262만원, 하의 176만원, 운동화 81만원)이 필요하다.
구찌를 입은 게임 '테니스 클래시' 속 캐릭터(왼쪽)와 실제 모델. 뭐가 게임이고 뭐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모습이 똑같다. 게임 캐릭터가 입은 것과 똑같은 옷과 신발은 구찌 온라인몰에서 살 수 있다. 사진 태니스클래시, 구찌

구찌를 입은 게임 '테니스 클래시' 속 캐릭터(왼쪽)와 실제 모델. 뭐가 게임이고 뭐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모습이 똑같다. 게임 캐릭터가 입은 것과 똑같은 옷과 신발은 구찌 온라인몰에서 살 수 있다. 사진 태니스클래시, 구찌

테니스 클래시는 앱스토어에서 인기 스포츠 게임 5위권을 유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게임이다. 지난해엔 구글 플레이에서 ‘2019년 가장 경쟁력 있는 게임 5’로 선정됐다. 그간 자사 앱을 통해 ‘구찌 비’ ‘구찌 에이스’ 등의 게임을 출시하며 패션과 게임의 결합을 시도해온 구찌가 이번엔 본격적으로 유명 게임을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의 패션을 연동시킨 것이다.
 

명품 브랜드 몰려드는 '동물의 숲'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은 패션 브랜드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게임이다. 지난달 럭셔리 브랜드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는 게임 안에서 2020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무료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을 겨냥한 이벤트다. 
'발렌티노'의 로고 옷과 모자를 쓴 게임 '동물의 숲' 캐릭터.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발렌티노'의 로고 옷과 모자를 쓴 게임 '동물의 숲' 캐릭터.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두 브랜드는 게임 속 ‘마이 디자인’ 기능을 활용해 옷을 무료로 다운 받아 내 캐릭터에 자유롭게 입힐 수 있게 했는데, 이때 필요한 ID코드를 자사 온라인몰이나 인스타그램에 방문해야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사용자들을 자사 온라인몰로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게임 속에서 공개된 신제품들은 추후 실제 제품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외에도 ‘메종 키츠네’ ‘APC’ 등이 자신들의 신제품 옷을 동물의 숲 캐릭터 의상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레모나'의 로고가 들어간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동물의 숲' 캐릭터. 자료 경남제약

'레모나'의 로고가 들어간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동물의 숲' 캐릭터. 자료 경남제약

게임 속 명품 의상과 액세서리는 브랜드 입장에선 게임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더없이 좋은 창구다. 패션 브랜드는 아니지만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 ‘레모나’도 이달 3일 동물의 숲 게임 속에서 레모나 로고 알파벳 C가 들어간 노란색 티셔츠와 모자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경남제약 측은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에게 레모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게임 사용자에겐 립스틱 등 싼값으로 명품을 소유하는 ‘스몰 럭셔리’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또 반려견·반려모의 액세서리를 사듯 내 게임 캐릭터를 꾸며주면서 ‘가잼비’(가격 대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만족시킬 수 있다. 공들여 키우는 게임 캐릭터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MZ세대의 심리를 제대로 공략했다.
 
'루이 비통'이 선보인 게임 'LOL' 캡슐 컬렉션. 지난해말 출시한지 1시간 만에 품절됐다. 사진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이 선보인 게임 'LOL' 캡슐 컬렉션. 지난해말 출시한지 1시간 만에 품절됐다. 사진 루이 비통

또 다른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은 지난해 말 게임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로고와 챔피언을 모티프로 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출시 1시간 만에 전 제품이 완판됐다. 명품을 소비하는 신흥 소비자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마케팅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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