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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아내에겐 큰소리 뻥뻥 쳐라, 이혼DNA 잠재우려면

중앙일보 2020.06.20 07:00

[더,오래]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41)

통계에 따르면 사업이 망하거나 남편이 직장을 잃어 살림이 어려워지면 평상시보다 이혼율이 높아진다. 주로 남편보다는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게 되는데 아내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Pixabay]

통계에 따르면 사업이 망하거나 남편이 직장을 잃어 살림이 어려워지면 평상시보다 이혼율이 높아진다. 주로 남편보다는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게 되는데 아내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Pixabay]

 
남편들에게 섬뜩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설마 먹고살기 좀 어려워진다고 우리 아내가 그럴 리가? 라고 생각하지만 과거 50년간 이혼율 통계를 보면 마음 놓기 어렵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70년 연간 1만 건에 불과했던 이혼 건수가 1997년 9만 건에 이르고 2003년에는 17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1998년과 2003년은 전년도에 비해 25%와 18% 급증했다. 1998년에는 IMF 금융위기가, 2003년에는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민간 소비가 1.2% 줄어든 어려운 해였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통계에서 보듯이 사업이 망하거나 남편이 직장을 잃어 살림이 어려워지면 평상시보다 이혼율이 높아진다. 남편과 둘이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나가는 아내도 많지만, 해결책의 일환으로 이혼을 하는 수도 적지 않다. 주로 남편보다는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게 된다. 이혼을 하면 어려웠던 가정의 경제생활이 윤택해질까? 결론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35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로 출발한 현생 인류는 생존과 번식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전략을 DNA에 지속해 입력시켜왔다. DNA에 입력된 전략은 후대에 그대로 전달돼 현재 우리의 몸속에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태어날 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생존 전략 중 하나는 파트너가 생활력을 잃어 나의 생존이 어려워지면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특히 파트너가 식량이 되는 사냥을 도맡아 하는 경우에 더 그러하다.
 
아내들에게도 파트너에 대한 전략이 DNA에 프로그램 돼있다. 남편이라는 파트너가 사업에 망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전략이다. 비상사태가 오면 자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본능적으로 남편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DNA에 숨어있던 프로그램은 평상시에는 발현하지 않고 잠잠하다가 환경적으로 생존에 위험신호가 오면 (예를 들어 남편이 더 이상 식량을 구할 수 없을 것 같거나) 프로그램이 부팅되어 활성화한다. 활성화한 프로그램은 아내 몸 안의 호르몬 분비 조절을 통해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남편이 원망스럽고 미운 감정이 생기도록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아내의 이성적 의지와 무관하다. 아내는 이성적으로는 “남편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부팅된 프로그램이 빙의돼 남편을 떠나라고 끊임없이 아내를 괴롭힌다. 어떻게 보면 이혼은 아내가 이성적으로 요구한다기보다 아내의 몸속 DNA에 숨어있던 프로그램이 작동하면서 아내의 등을 떠민 결과로 볼 수 있다.
 
현명한 남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남편은 상대할 적이 아내가 아니라 아내 몸속에 있는 빙의, 즉 DNA에 입력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보다 부팅되어 활성화한 프로그램을 빨리 비활성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프로그램을 비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이 식량이 부족한 비상사태가 아님을 과장되더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해 프로그램을 속여야 한다.
 
현명한 남편이라면 상대할 적이 아내가 아니라 DNA에 입력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보다 부팅되어 활성화한 프로그램을 빨리 비활성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사진 pixabay]

현명한 남편이라면 상대할 적이 아내가 아니라 DNA에 입력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보다 부팅되어 활성화한 프로그램을 빨리 비활성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사진 pixabay]

 
그렇게 하여 아내의 몸속에 내재된 야생 곰이 다시 겨울잠을 자듯 활성화한 프로그램이 비활성화하면 빙의도 없어지고 아내도 원래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직장에서 명퇴하고 퇴직금을 사기당한 남편이 아내 몸속의 빙의가 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두 가지 상반된 예를 살펴보자.
 
남편 1 : “여보 미안해. 퇴직금도 사기를 당해 모두 날렸어. 이젠 어쩌면 좋지. 나에게는 희망이 보이질 않네. 그렇지만 자기가 도와주면 희망이 생길 것 같아.”
 
남편 2  : “여보 퇴직금 날린 것 걱정하지 마. 내가 어렵다고 하니, 알고 지내는 선배가 엄청난 사업기회를 나에게 주었어. 오히려 직장 잘 때려치웠어. 5년 내 500억원 벌어서 전세 비행기로 자기 친정집 식구들 모두 세계여행 시켜줄게.”
 
남편 1이 일반적인 상황이고 남편 2는 말 그대로 뻥쟁이다. 아내는 이성적으로 남편 1을 선호하고 남편 2를 뻥쟁이라고 비난하지만, 남편을 떠나라는 DNA 프로그램은 남편 1일 때 활성화하고, 남편 2일 때 비활성화하나. 아내의 DNA 프로그램에게는 남편 2를, 아내의 이성에게는 남편 1의 전략을 번갈아 가면서 시기적절하게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비활성화시키고 아내의 이성적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나의 DNA에는 부모가 연로해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도움이 전혀 안 되면 부모에 대한 관심을 급격하게 떨어트리는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는 것 같다. 이성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DNA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감성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럴 땐 다음과 같은 독백을 하면서 DNA 프로그램을 다독거려 비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 내가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는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면 그래도 초코파이 사 들고 면회 올 사람이 누구인가
- 내가 빈털터리로 암에 걸려 침대에 누워 창밖을 쳐다보면 그래도 매일 와서 이마에 손을 얹어줄 사람은 누구인가
- 내가 가슴 저린 절망감으로 울면서 전화하면 그래도 한 시간 동안 가만히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누구인가
 
아내의 DNA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나의 DNA에게는 어머니 사후 나의 절망을 미리 보여준다.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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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세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대표 필진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 10여년 전 치매에 걸린 부친을 어디에 모셔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는 부모님이 어느날 집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 향후 똑같은 상황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집 이외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부양, 돌봄에 관한 대안을 상황별로 소개해 독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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