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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온라인 강의로 부당이득”…정치권 ‘추경 반환’ 논란

중앙선데이 2020.06.20 00:35 691호 8면 지면보기

거세지는 등록금 환불 요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 추경 반영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 추경 반영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건국대가 사실상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기로 결정하면서 등록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이 2학기 등록금 감면을 요청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부는 대학생에 대한 직접 현금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혈서까지 쓰며 전국 대학으로 확산
건대는 일부 환불, 다른 곳은 “곤란”

교육부, 추경 1900억 지원 재추진
혁신 예산 7528억 전용 여부 관심

2학기도 온라인 강의 땐 갈등 여전
발등에 불끄기식 세금 투입 한계

건국대는 지난 15일  서울캠퍼스 1학기 등록 재학생 1만5000명의 2학기 등록금 중 일정액을 감면해 주기로 총학생회와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등록금 일부를 사실상 환불해 주는 것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한 경우다. 건국대 관계자는 “올 1학기 온라인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집행하지 못한 성적우수장학금 18억원과 국제 교류, 현장실습 예산, 학생활동비 20억원을 합친 38억원을 2학기 등록금에서  감면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면액은 학생 1인당 25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른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유학생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데다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과 캠퍼스 방역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면서 "지난 10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도 여유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건국대의 결정을 계기로 학생들의 감면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양대 게시판에서는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으로 ‘등록금 반환’, ‘대면시험 반대’ 혈서가 적힌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6일 한양대 본관 앞에서 한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혈서라도 받아오라”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된 셈이다. 이날 연세대 게시판에도 한 학생이 ‘연세대 10만원’이라고 쓰인 혈서를 올리며 학교 측에 항의했다.
 
재학생들의 등록금 감면 요구는 1학기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결정된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데 이어 동의대, 부경대, 동아대 등 부산지역 13개 총학생회로 구성된 부산시총학생회연합도 지난달 6일 등록금 일부 환불을 촉구했다.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달 14일 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섰고, 전국 101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만든 전국총학생회협의회도 지난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경희대 커뮤니티에 ‘과목당 60만원짜리 인강 듣는다고 생각하니까…등록금 내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대넷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립의 박현서 변호사는 "학생들이 원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온라인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실제 지출이 되지 않은 시설 사용료, 실험실습비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 구체적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등록금 감면을 요구했다. 지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 반영을 지시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튿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온라인 수업이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대학 당국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학생 1인당 4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 등을 추경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 18일 "강의실에도 가보지 못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학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간접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생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불가하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8일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교에서 결정할 일로 교육부가 직접 반환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학교에 대해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지원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고,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 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간접지원 재원으로는 추가경정예산과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꼽힌다. 교육부는 코로나 관련 방역 등 대학 지원 명목으로 3차 추경에 1951억원 편성을 추진했다. 전국 대학생 200만 명에게 1인당 10만원 정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반려된 이 예산이 다시 복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회 교육위 간사로 선임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당정청 협의가 끝난 뒤 "추경 과정에서 증액을 할 건지, 증액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건지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이 교육기자재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7528억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용도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어 장학금 지급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교육부는 당초 이 예산 일부를 전용해 학생 1인당 20만∼30만원을 특별장학금으로 주는 것은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대학생들이 사용하지 않은 캠퍼스 시설 이용비 등 6240억원을 3차 추경에 긴급지원금으로 편성해 대학에 지원하고, 대학은 이를 등록금 반환이나 특별장학금 등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수경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교육재정)는 "국가장학금제도 강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세금을 투입해야지 지금처럼 급한 불 끄기 식으로 투입해서는 교육 수요자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등록금 반환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인하대 4학년 이다훈씨는 "대학이 얻은 부당이득인 시설물 사용료와 교비적립금으로 등록금 반환 재원을 충당해야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등록금 갈등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2학기가 문제다. 계속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면 불씨는 되살아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교육부가 등록금 문제를 민간(학생과 대학)에게 떠넘겨왔기 때문에 이번 갈등이 촉발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등록금 설계부터 유사시 대비 방안 등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10년째 동결…방역,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도 2600억 손해”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

코로나19로 불거진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를 두고 대학 측은 난감해하는 입장이다. 수업 방식만 비대면으로 바뀌었을 뿐 인건비나 교육 인프라 마련을 위한 지출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황홍규 사무총장은 “등록금 반환이란 개념은 수업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금액 납부가 잘못 이뤄졌을 때 학생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반환해달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등록금 일부는 돌려줄 수 있지 않나.
“학생들은 등록금 내 실습비, 시설비가 포함돼 있으니 이 부분만큼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대학마다 시설 방역비,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 마련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사실상 남는 돈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대학에 여윳돈이 그렇게 없나.
“2008년 이후 정부의 ‘반값 등록금’ 기조로 11년 동안 4년제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1%도 인상하지 못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20% 넘게 상승했다. 그런 와중에 학령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당연히 대학 운영 수입이 지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수입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비용도 많을 텐데.
“실질적으로 대학운영에 도움되는 지원 사업비는 극히 드물다. 4차 산업혁명이나 연구·개발과 같은 사업비는 그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전교생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사업비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뿐인데 이마저도 용도 제한 탓에 등록금 환불 재원으로 쓸 수 없다.”
 
건국대의 결정에 대해 대학들의 분위기는.
“크고 작게 압박받는 눈치다. 각 대학도 학생 상황을 고려해 어떻게서든지 지원해주고 싶지만 대학도 코로나19로 결손이 만만치 않다. 잠정적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153개 대학에서 2600억원 손해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2학기엔 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2학기도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면 등록금 갈등이 또다시 반복될 텐데.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대학도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건 사실이다. 정부도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보다는 대학에 시설 방역비나 온라인 수업 개선을 위한 지원비를 마련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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