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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물러나는 게 상책”…여권, 대놓고 윤석열 총장 압박

중앙선데이 2020.06.20 00:20 691호 10면 지면보기
추미애 장관(左), 윤석열 총장(右)

추미애 장관(左), 윤석열 총장(右)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문제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충돌 조짐을 보인다. 추 장관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재배당 과정에서)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고 윤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사건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이첩한 것이고, 곧바로 감찰부가 나서는 대신 진정인 주장의 신빙성 등까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명숙 사건 감찰’ 고리로 공세
추미애 “인권감독실 배정은 편법
대검 감찰부서 직접조사” 지시
윤 총장 측은 공식 대응 자제

논란의 출발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고 한만호(전 한신건영 대표)씨의 감방 동료 최모씨가 지난 4월 법무부에 낸 진정이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되면서다. 당시 한만호씨와 같이 복역했던 최씨와 또 다른 한씨는 모두 한 전 대표가 번복한 법정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증언했다가 지금은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2015년 8월 대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해 한 전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무부로부터 최씨의 진정서를 이첩받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약 40일간 감찰부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윤 총장에게 진정사건 접수와 감찰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한 부장은 계속 감찰부에서 조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윤 총장은 보고 다음 날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감찰부가 재배당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자, 윤 총장 측은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송 조치했다. 한 부장은 ‘감찰 독립권’을, 윤 총장은 ‘총장 배당권’을 내세운 형국이다.
 
통상 대검 감찰부는 ‘검사의 비위’를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해 검사가 허위 증언을 압박한 의혹이 사실인 쪽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등의 명분을 들었다. 검찰 안팎에선 징계시효 등을 근거로 든 대검 논리는 공감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감찰 관련 지시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 검찰총장의 배당권은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의 핵심이라며 오히려 한 부장의 ‘지시불이행’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공세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대놓고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총장은 공식 대응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법률문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전격 사퇴할 경우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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