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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교훈·경험이라고? 책 많이 읽으면 원샷 성공

중앙선데이 2020.06.20 00:20 691호 16면 지면보기

[책과 사람]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프리콘』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를 21세기 환경에서 실천하려면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할까. 천 권? 5000권? 만 권? 그야말로 다다익선. 그런데 왜 책을 읽어야 할까. 국가건설(nation-building)이나 개인의 인격함양(character building)에 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를 건설(building)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혜안이 열린다.
 

‘인생 시뮬레이션’ 이렇게
전공 외 서적 많이 읽어야 취업 쉬워
사원들 책 읽으면 회사 실적 올라가

13개월 만에 건축 엠파이어 빌딩
설계 잘 해 사업기간 단축 성공사례

남북회담도 대북관계도 프로젝트
기본 개념 잘 잡고 기획을 잘 해야

대한민국 ‘빌딩 전도사’가 있다. ‘독서경영’과 ‘행복경영’으로 유명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다. 그가 최근 『프리콘: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을 출간했다. 프리콘(preconstruction의 약자)은 건축물 시공 전에 시공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일이다. 프리콘은 신차개발이나 광고 같은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이나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또한 프리콘 성공 사례다. 이 책은 ‘모든 일은 프로젝트이며, 일을 잘한다는 것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 회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 고문의 ‘초격차’가 반도체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프리콘 또한 전방위적 적용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실력·열정·가치관·방향성 있어야
 
김종훈 회장은 기획과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프리콘’ 개념이 13.5개월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아래 사진) 같은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본다. 프리콘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민규 기자

김종훈 회장은 기획과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프리콘’ 개념이 13.5개월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아래 사진) 같은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본다. 프리콘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민규 기자

김 회장은 건설인이자 독서인이자 작가다. 건설인으로서는 1996년 국내 최초로 건설사업관리를 도입했다. 전 세계 58개국에서 250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롯데 월드타워, 겨울 올림픽 개최지 평창 알펜시아, 상암월드컵경기장,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에도 그의 ‘프로젝트 승부사’ 기질이 투입됐다. 4번째 책을 쓰고 있으며 20권의 공저를 냈다.
 
김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44년 후 모교 박사과정에 입학해 14년만에(2017년 2월) 졸업했다.  
 
『프리콘』은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을 건설인과 일반인을 위해 수정·보완한 책이다. 김 회장의 ‘50년 경험과 지식을 총정리한 유산’이다.
 
김종훈 회장은 또한 도전자다. 이 책 추천사를 쓴 이희범(전 산업자원부 장관) 서울대 총동창회장의 권유로 부회장이 됐다. 부회장으로서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헌신적으로 도전할 생각이다. 그에게 영감을 뽑아내려고 서울 도심공항타워 9층에 있는 한미글로벌에서 15일에 인터뷰했다. 김종훈 회장의 답변은 매우 신중하고 명쾌하고 단호했다.
 
프리콘을 도입했을 때 성과가 가장 많이 나올 분야는?
“아무래도 이 용어가 건설에서 나왔으니, 건설에서 효과를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프리콘을 건설업에 적용하면 30% 비용 절감과 50% 사업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옛말은 ‘첫 단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처음부터 계획·설계,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면, 굉장히 효용성·효과성 있게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13.5개월에 건축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1930년대, 90년 전에 그런 믿기 힘든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처음부터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위한 팀을 꾸렸다. 그 당시 프리콘이라는 용어도 없었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프리콘 성공 사례다.”
 
프리콘을 정치·사회·정책·남북대화·여야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그런 것들도 다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지금 저를 인터뷰하고 있는 김환영 기자가 이때까지 살아온 것도 프로젝트고. 여생을 사는 것도 프로젝트다. 남북회담도 대북관계도 당연히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목표에 맞는 개념을 잘 잡고 기획을 잘하면 성공한다.”
 
이 책 내용을 인생에 적용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자기계발서다.
“인생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나 비약이 따를 것이다. 책의 70%는 건설 이야기고 나머지 30%는 일반적인 이론에다가 다른 산업 이야기다. 책 내용 중 인생과 가장 밀접한 것은 일본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의 주장에 대한 인용이다. 그는 회사나 개인이나 성공하려면 우선 기본 실력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있어야 하고, 가치관·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회장(위 사진)은 기획과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프리콘’ 개념이 13.5개월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은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본다. 프리콘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P=연합뉴스]

김종훈 회장(위 사진)은 기획과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프리콘’ 개념이 13.5개월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은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본다. 프리콘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P=연합뉴스]

인생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을 언제쯤 완성했는지.
"저는 애석하게도 인생 프리콘을 제대로 못 한 사람이다. 꽤 왔다 갔다 했다. 불행한 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4년 동안 멀쩡한 학기가 없었다. 수업을 제대로 한 적도 공부를 제대로 한 적도 없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전공도 전공이지만 책을 제대로 안 봤다는 것이다. 저는 투철한 어떤 목표를 가지고서 사회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대충의 구상은 있었다.  굴곡이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런데 제가 한미글로벌을 24년 전에 만들고 그때부터는 프리콘 개념, 계획개념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구성원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영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대학졸업 44년만에 모교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14년만에 학위를 받았다.
"수 없이 포기하려고 했다. 기업 현직에서 논문을 쓴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제가 이 사회에 태어나서 겪은 44년간의 다양한 실무경험을 정리해 후배와 후학과 업계에 유산(legacy)을 남기고 싶었기에 멈출 수 없었다. 제가 나름 ‘끈기의 사나이’다. 어떻게 보면.(웃음)”
 
그렇다면 우리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꿈을 잘 설계하라’ ‘인생 설계를 잘 하라’ ‘여러분의 인생에 프리콘 개념을 적용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프리콘에는 독서가 핵심이다. 기본 실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무슨 면허나 자격증, 스펙 쌓기에 앞서 책을 읽어야 한다. 전공서적도 중요하지만, 전공 외의 서적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 책을 많이 읽으면, 취업도 굉장히 쉽다.
 
책을 많이 읽어 성공한 대표적인 지인 중에는 이석연 변호사를 꼽고 싶다. 그는 절에서 책 수천 권을 2년 동안 읽었다. 책에 관한 책도 썼다. 그는 사법·행정고시를 단번에 붙었다. 고시와 관계없는 문학·역사 서적을 많이 읽고 요약하면서 기본기를 다진 것이다.”
 
젊은 최고경영자(CEO)나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할 말씀이 있다면?
"조급증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조금 하다가 집어치우는 게 아니다. 기업이라는 것은 내 온몸을 던져서 하는 거다. 기업인은 정말 다양하게 많이 알아야 한다. 자기 전공분야만 알아서 될까. 기본적으로 마케팅을 알아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팔아야 한다. 엔지니어로 출발한 경우라도 인사·경영·자금·전략 등에 통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성공에 창업자 비중이 70%, 80%가 된다. ‘기업은 망하기가 쉽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 리스크 관리도 잘 안 하고 무턱대고 경영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가 경험이다.’ ‘실패가 교훈이다.’ 이런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한 번에 성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건축, 국격 높이는데 굉장히 중요
 
김종훈 회장은 ‘독서 경영’으로 유명하다.
"사원들이 책을 읽으면, 회사 실력이 올라간다. 회사의 실력이라는 것은 구성원의 실력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일 년에 한 권도 제대로 안 보는 사람은 1, 2년 단위로 보면 별 차이가 안 날 수도 있다. 10년이고 20년이고 축척의 기간이 가게 되면, 많이 차이 난다. 내공의 차이가 난다. 내공이 중요하다.”
 
사업이 힘든 이유는 주로 규제 때문인가.
"규제와 부패를 같이 봐야 한다. 2003년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이 골프장 짓는데 780개 도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뭔가 주지 않고 780개의 문턱을 정상적인 수단으로 넘을 수 있을까.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 정치권은 사회를 완전히 개혁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선진화시키면서 선순환 방향으로 가겠다는 특별한 비전과 의지를 다져야 한다. 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헌법도 오늘의 환경과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법을 계속 만들기만 했지 재정비를 안 했다. 규제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프리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마스터플랜을 잘 잡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안 된다. 제가 보기에 규제개혁은 끊임없이,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한 20년 동안은 해야지 겨우 완성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실 말씀은?
"너무 정부에만 기대하지 말고 언론과 기업이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이 다뤄야 할 어젠다가 워낙 많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저출산·초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몇 번 3, 4회 특집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 국격·품격을 높이려면 지도자들과 국민이 합심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국격·품격을 높이는데 건축이라든가 도시 설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영국 총리 처칠은 “사람이 공간을 창조하지만, 창조된 공간이 사람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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